우체통이 붉은 이유
우체통이 붉은 이유
영원한 사랑같은 건 없다 하기에 사랑같은 건 잊고 살자했습니다.
그리움에 목말라함은 자신을 사그러뜨리는 일이라 하기에 그리움 같은 건 접고 살리라 했습니다.
보고파 하는 것은 만난 후에 실망하는 일이라기에 보고파 하는 일도 그만 두었습니다.
우체통이 빨간색인 이유를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누군가를 너무나 그리워한 까닭에 가슴이 붉게 물든 것이라는 걸. 너무나 애타게 임의 소식을 기다리다 못해 온 몸이 붉게 물들도록 섧게 울었다는 걸..
나는 그저 아무것도 모른다하며 무심히 살려고 했습니다. 그리움은 그리운 이에게 돌려보내고, 사랑은 부질 없는 것이라 여기며, 보고픈 마음은 처음부터 아무도 몰랐다 그렇게 살으려 했습니다.
우체통이 빨간 이유가 그리움에 지쳐 그렇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내 가슴이 붉게 멍든 이유가 접고 살았다 여겼던 그리움이 가슴 깊이 숨어 있었던 까닭이란 걸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김미생 ‘그대 내안에 강을 만들지마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