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8일 수요일

꽃이 진 자리에

꽃이 진 자리에

꽃이 진 자리에

살구꽃이 진 자리에

푸른 잎이 돋더니

이어서 살구 열매

앙증스럽게 달리기 시작하고

매화가 진 자리에

푸른 잎이 돋더니

이어서 매실이

어여쁘게 달리기 시작하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여러 번 눈으로 보았지만

오늘은 왜 이리 새로운지

왜 이리 놀라운지

나무 아래서

떠날 줄을 모르는

나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꽃이 진 자리마다

익어가는 열매를

사랑 담긴 시간들을

오래오래 기념하고 싶어서

나는 나무를 꼭 안아봅니다.

-이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