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9일 월요일

가슴에 묻은 김칫국물

가슴에 묻은 김칫국물

가슴에 묻은 김칫국물

점심으로 라면을 먹었다

모처럼 만에 입은

흰 와이셔츠

가슴팍에

김칫국물이 묻었다

난처하게 그걸 잠시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평소에 소원하던 사람이

꾸벅,인사를 하고 간다

김칫국물을 보느라

숙인 고개를

인사로 알았던 모양

살다 보면 김칫국물이 다

가슴을 들여다보게 하는구나

오만하게 곧추선 머리를

푹 숙이게 하는구나

사람이 좀 허술해 보이면 어떠냐

가끔은 민망한 김칫국물 한두 방울쯤

가슴에 슬쩍 묻혀나 볼 일이다

-손택수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