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궁 용배
내 짝궁 용배
용배는 아이들이 ‘바보’라고도 부르고 ‘똥빼’라고도 부르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 조금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눈 크고 마음씨 착한 아이입니다.
교실은 아이들 재잘대는 소리로 시끄러웠습니다. 여자 담임선생님은 한쪽 책상에 앉아 무슨 일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가 일손을 잠시 멈추고 아이들을 타이릅니다.
“조금만 조용히 해라. 선생님이 지금 너무 바빠서 그래....”
이 말에 교실 분위기가 잠시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또 속달속달 수선을 피워댔습니다. 순하기만 하던 선생님도 화를 버럭 냈습니다.
“조용히 좀 하라니까.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선생님이 바쁠 때는 조용히 자습할 줄도 알아야지.”
교실 안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선생님은 일 하던 책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아이들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여기저기서 쿡쿡 웃음이 터졌습니다.
“도대체 누구니?”
선생님은 교실 뒤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습니다. 선생님은 용배의 등 뒤에 삐뚤빼뚤 커다란 글씨로 써진 “똥빼 바보”라는 종이가 붙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누가 이런 짓을 했어? 누구야?”
개구쟁이 영만이가 슬며시 손을 들었습니다.
“영만이 너는 앞에 나가 손들고 서 있어. 서 있다가 떠드는 아이가 있으면 앞으로 불러내. 그러면 너는 들어가도 돼. 알았지?”
잠시 후, 영만이는 짝궁과 소곤거리는 남자아이를 불러냈습니다. 불려나온 아이는 영만이를 향해 눈을 부라리며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일분도 안 돼 떠들지도 않은 용배를 날 선 목소리를 불러냈습니다.
“용배, 너 나와.”
용배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교실 앞으로 나갔습니다.
용배는 두 손을 번쩍 들고 교실 앞에 섰습니다. 물렁팥죽 같은 용배가 앞에 서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마음 놓고 시시덕거렸습니다.
깨죽깨죽 까불며 자리를 옮겨 다니는 아이도 있었고, 움켜쥔 주먹을 용배에게 들어 보이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용배는 큰 눈을 슴벅이며 떠드는 아이들을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배윗덩이처럼 무거워진 두 손을 치켜들고 용배는 끙끙 신음소리를 냈습니다. 용배는 팥죽같이 땀을 흘리며 이십 분이 넘도록 서 있었습니다.
“용배, 너 정말 아무도 불러내지 않을 거야?”
선생님은 고통스러워하는 용배가 안쓰러워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용배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선생님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용배의 이마 위에 송골송골 맺혀 있던 땀방울이 용배의 눈물과 함께 교실 바닥으로 방울방울 떨어졌습니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릴 때까지 용배는 아무도 불러내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용배에게 다가갔습니다.
“용배야, 이제 그만 손 내려도 돼.”
선생님은 땀과 눈물로 뒤범벅이 된 용배를 안아 주며 말했습니다.
“용배야, 미안해.... 선생님이 너무 미안해... 이렇게 착한 용배를 친구들은 왜 바보라고 놀리는지 모르겠구나.”
선생님은 용배 눈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가만가만 닦아 주었습니다. 눈물을 닦아주는 선생님의 눈가에도 눈물이 어른거렸습니다. 용배를 괴롭히던 아이들도 모두 다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창문 밖 은행잎이 팔랑팔랑 춤을 추며 땅 위로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연탄길 3‘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