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고픈 날
술 고픈 날
비가 와서 한잔
고달픈 삶에 한잔
바래버린 사랑에 한잔
대책 없는 세월에 한잔
금이 간 얕은 우정에 한잔
믿었던 사람의 배신에 한잔
살아 보려고 애쓰는 내게 한잔
핑계는 가지가지
이래저래 핑계 김에 한 병
술 마시는 날은
빡빡한 삶에서
예고 없이 가출하는 날
흐릿한 기억이
낡은 필름처럼 뚝뚝 끊기는 날
자신의 인생을
한발 물러서서 관찰할 수 있는 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보고 싶은 날
밀려오는 후회를
되돌리고 싶은 날
속 터놓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친구가 있음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날
통제력을 잃지 않기 위해
애써 태연하게 걷는 날
마음이 허전한 날
기쁨이 넘치는 날
친구야 술 한잔할까?
-조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