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일 토요일

등에도 표정이 있다

등에도 표정이 있다

등에도 표정이 있다

언제부턴가

다른 이의 등을 되도록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람의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어서

보이지 않는 저쪽의 얼굴에 비친 감정이

어렴풋이 읽히기 때문입니다.

지하도 계단을 내려가는 쓸쓸한 등을 보고난 뒤

며칠 동안 뒷모습이 눈에 밟혔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도 건널목을 다 건너와 뒤돌아보니

이미 그 자리를 떠난 줄 알았던 어머니가

나를 지켜보고 계시다는 걸 알았습니다.

손 한번 흔들고 돌아서서

조금 전보다 더 힘차게 걸었습니다.

당당한 채, 씩씩한 채,

어깨를 세우며 걸어가면서 생각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어머니도 안심하고 발걸음을 돌리실 거라고.

그런데, 그런데,

울컥 서러움이 북받쳐 오른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최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