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1일 금요일

굽어 돌아가는 길

굽어 돌아가는 길

굽어 돌아가는 길

올 곧게 자란 소나무보다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아름답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

휘청 굽이 친 강줄기가 더 정답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 보다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하지 말아라.

돌아서지 말아라 삶은 가는 것이다.

그래도 가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는 것.

곧은 길 만이 길이 아니다.

빛나는 길 만이 길이 아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이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이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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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굽어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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