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8일 토요일

내 마음의 페이지

내 마음의 페이지

내 마음의 페이지

누구나 나를 조금씩 들춰보고 간다

화창한 봄날 햇살이 그렇고

어디라도 떠나고 싶은 가을

선선한 바람이 그렇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헤픈 책장이 된다

지나버린 옛 페이지들을 열어주며

어린아이처럼 들뜬다

하지만 지나간 이들은

모두 나를 건성으로 훑어보았다

오히려 없었으면 더 좋았을 주석 한두 마디를 남기곤

휑하니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창가 팔랑이는 가을 나뭇잎새들이

자꾸 내 마음의 페이지를 넘기는 날

내가 건성으로 지나쳐 온

사람들의 얼굴을 오늘 다시

꼼꼼히 읽는다

-송경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