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4일 화요일

새 날

새 날

새 날

가끔은 생각이 나서

가끔 그 말이 듣고도 싶다

어려서 아프거나

어려서 담장 바깥의 일들로

데이기라도 한 날이면

들었던 말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어머니이거나 아버지이거나 누이들이기도 했다

누운 채로 생각이 스며

자꾸 허리가 휜다는 사실을 들킨 밤에도

얼른 자, 얼른 자

그 바람에 더 잠 못 이루는 밤에도

좁은 별들이 내 눈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얼른 자, 얼른 자

그 밤, 가끔은 호수가 사라지기도 하였다

터져 펄럭이던 살들을 꿰맨 것인지

금이 갈 것처럼 팽팽한 하늘이기도 하였다

섬광이거나 무릇 근심이거나

떨어지면 받칠 접시를 옆에 두고

지금은 헛되이 눕기도 한다

새 한 마리처럼 새 한 마리처럼

이런 환청이 내려앉기도 한다

자고 일어나면 개벽을 할 거야

개벽한다는 말이 혀처럼 귀를 핥으니

더 잠들 수 없는 밤

조금 울기 위해

잠시만 전깃불을 끄기도 한다

-이병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