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2일 토요일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어릴 때

내 키는 제일 작았지만

구경터 어른들 어깨 너머로

환히 들여다보았었지.

아버지가 나를 높이 안아 주셨으니까.

밝고 넓은 길에선

항상 앞장세우고

어둡고 험한 데선

뒤따르게 하셨지.

무서운 것이 덤빌 땐

아버지는 나를 꼭

가슴속,\xa0품속에 넣고 계셨지.

이젠 나도 자라서

기운 센 아이

아버지를 위해선

앞에도 뒤에도 설 수 있건만

아버지는 멀리 산에만 계시네.

어쩌다 찾아오면

잔디풀,\xa0도라지꽃

주름진 얼굴인 양,\xa0웃는 눈인 양

"너 왔구나?"\xa0하시는 듯

아!\xa0아버지는 정다운 무덤으로\xa0

산에만 계시네.

-이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