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8일 금요일

연탄 한 장

연탄 한 장

연탄 한 장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xa0

삶이란\xa0

나 아닌 그 누구에게\xa0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xa0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xa0

연탄차가 부릉부릉\xa0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xa0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xa0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xa0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xa0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xa0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xa0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xa0

삶이란\xa0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xa0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xa0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xa0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안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