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9일 수요일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

큰아들은 대학교 2학년이다. 작년엔 주말마다 집에 오더니 이제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온다. 사실 집에 와도 교대 근무하는 나와 대화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우린 문자 메시지를 곧잘 주고받는다.

며칠 전 큰아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유라가 글 쓴 거 사진 찍어 보내요.”

아들의 여자 친구가 내게 쓴 편지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천유라라고 합니다. 어떻게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쪽지를 씁니다. 사실 이 향수 정말 갖고 싶었는데 너무 기쁩니다.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향수 매장에서 일하는 나는 일찍이 이십 대 손님에게 반응 좋은 향수를 사 뒀다. 아들이 여자 친구가 생기면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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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은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라 어떤 친구를 만날지 무척 궁금했다. 여자 친구의 어디가 좋으냐고 물으니 그냥 좋다고 했다. 나는 그냥이라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 아들이 그냥 좋다고 한 걸 보니 나도 유라가 그냥 좋아질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며 아들에게 향수를 전해 주라고 했는데 며칠 뒤 메시지를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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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는 순간 아들이 여자 친구를 잘 만났구나 싶었다. 감사함을 글로써 보낸 게 참 예뻐 보였다. 제 딴엔 시어머니가 될지 모르는 나에게 어떻게 인사할까 고민 좀 하지 않았을까. 이러다 졸업하자마자 결혼한다고 하지 않을지……. 웃음이 나온다.

문득 원태연 시인의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좋은생각‘에 실린 길순정 님의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