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9일 토요일

웃어요

웃어요

웃어요

바위도

웃으며 사는데

인생 뭐

별거 있나요?

쇠를 재단하는 사람

어떤 삶도

잘라내야 하는 시점이 오면

온몸에 불꽃이 튀는

아픔을 견뎌야 한다.

용접공 그녀

장밋빛 꿈 대신 매달 날아드는 고지서

용접 불꽃으로 시뻘겋게 태우며

허점 많은 인생 접붙여도

내 삶은 좀처럼 행복과 용접되지 않는다.

명퇴 이후

한창

푸르러야 할 계절임에도

나의 시침과 분침은 겨울에

딱 멈춤

파도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넘어지고 넘어지며

또 넘어져도

저렇게 달려 나오겠는가?

너에게 달려가는 나도 그렇다.

-이시향 디키시집 ‘우주정거장’ 중-

※ 詩人 이시향은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03년 계간 ≪시세계≫에 시, 2006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 2020년 ≪시와편견≫에 디카시로 등단한 이후 디카시집 피다 와 동시집 등 여러 권의 책을 내며 다방면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디카)와 시를 결합하여 줄인 말인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를 포착한 순간 그 감흥이 날아가기 전에 사진으로 찍고 문자로 써서 결합한 다음 SNS에 올려 실시간으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영상 언어와 시라는 문자 언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