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
친정 엄마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가 결국 부도 처리되었다. 오늘 집으로 법원 집달관이 찾아와 드라마에서만 보던 압류 딱지를 여기저기 붙이고 갔다. 아이들은 창피에서 학교도 못 다니겠다며 방 안에 틀어박혀 있다.
결혼해서 짧지도 길지도 않은 세월을 사는 동안 힘든 일 참 많았지만, 지금만큼 힘든 적은 크게 없었던 것 같다. 오늘따라 친정엄마 생각만 난다. 그래서 무작정 친정으로 찾아갔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등이라도 토닥이며 위로해줄 줄 알았던 엄마는 부엌에서 냄비 세 개에 물을 채우고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첫 번째 냄비에는 당근을 넣고, 두 번째 냄비에는 달걀을 넣고, 세 번째 냄비에는 커피를 넣으시는 것이었다. 팔팔 끓어오르기 시작한 세 개의 냄비. 그럻게 아무 말 없이 한참이 지나서야 불을 끄고 엄마는 내게 말하였다.
"이 냄비 속 세 가지는 모두 역경에 처하게 되었다. 끓는 물이 바로 엄청난 역경이었는데 세 가지는 각자 어떻게 대처했을 것 같니?"
가만히 있는 나에게 엄마는 다시 말했다.
"당근은 단단해. 또, 강하고 단호했지. 그런데 끓는 물과 만난 다음 당근은 한없이 부드러워지고 약해졌어. 반면에 달걀은 너무나 연약했단다. 그나마 껍데기가 있었지만, 보호막이 돼주진 못했다. 그래서 달걀은 끓는 물을 견디며 스스로가 단단해지기로 결정했어. 그런데 커피는 다른 것하고 다르게 독특했어. 커피는 끓는 물과 만나자 그 물을 모두 변화시켜 버린 거야."
나는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 딸, 힘드니? 너는 지금 당근일까, 달걀일까, 커피일까?"
지금 힘드세요?
그럼 지금부터 자신만의 방식으로 역경을 뛰어넘어 보세요.
-‘따뜻한 하루’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