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5일 화요일

◇ 킹덤2가 도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 킹덤2가 도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 킹덤2가 도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햇빛이 아니었어, 온도였어.”

지난해 1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1 마지막화. ‘킹덤’의 팬들은 의녀 서비(배두나 분)가 내뱉은 이 ‘떡밥’을 받아 든 채 1년을 기다렸다. 그 ‘킹덤’이 지난 13일 시즌2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6회분으로 구성된 시즌2는 사람이 좀비로 변하는 역병이 본격 확산된 조선을 배경으로, 문제 해결에 나선 세자 이창(주지훈) 일행의 분투를 다룬다. 시즌1이 ‘킹덤’의 세계관을 소개한다면, 시즌2는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단계다. 시청자들 반응은 뜨겁다. 반전 가득한 서사, 화려한 영상미에 대한 칭찬이 줄 잇고 있다.

▶ 시즌2가 보여주는 ‘역병의 정치학’

‘킹덤’은 ‘K-좀비’ 열풍을 낳은 좀비물. 하지만 시즌2에선 물고 물리며 좀비가 되는 액션신은 되레 줄었다. 그보다는 극중 인물의 대사, 행동에 집중하는, 드라마적인 면모가 더 강화됐다.

이 때문에 시즌2는 좀비의 외피를 쓴 정치사극에 더 가깝다. 사람들을 좀비로 만들어서라도 권력을 유지하려는 권문세가, 그에 맞서기 위한 위정자의 리더십이 얽혀 든다. 주부 신모(55)씨는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의 이중적 모습에 씁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 상황과 겹친다. 물론 시즌2는 코로나19사태 훨씬 이전 기획됐다지만, 사람 간 감염되는 역병과 이를 막으려는 관청에다 치료제를 찾는 의녀까지, 비슷한 풍경을 그려낸다. 역병이 가장 많이 퍼진 곳이 경상도이고, 그 곳을 왕이 직접 찾는다거나 하는 설정 등도 모두 코로나19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 한복 입고 궁궐 위를 나는 좀비

시즌2의 압권 중 하나는 화려한 영상미다. 이번 시즌의 대미인 궁궐 전투장면에서는 조선의 궁궐 전경이 빼곡하게 화면에 담긴다. 본래 서양의 문화코드인 좀비가 한복을 입고 기와 위를 질주하는 모습은 기이하면서도 이색적인 명장면으로 꼽힌다.

미장센 변화는 연출자 교체와 관계가 깊다. 시즌1과 시즌2의 1화까지는 김성훈 감독이 연출했고, 시즌2의 2~6화는 박인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작발표회에서 박 감독은 “시즌2를 보고 한국을 관광하러 오는 외국인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농담할 정도로 조선시대 건축 철학과 색감 등을 화면에 표현해내는데 주력했다.

단지 아름답게 잘 연출한 것만도 아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우리 고유의 지명과 공간들인데, 외국인 입장에서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와 잘 버무려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 하다”고 말했다.

▶ 해외에서 쏟아지는 찬사

화제와 호평 덕에 시즌2도 일단 흥행에 성공했다. 넷플릭스는 구체적 조회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16일 기준 인기 콘텐츠 2위 자리에 올라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후속작은 전작만 못하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해외 반응도 좋다”고 전했다. 실제 ‘포브스’와 ‘스릴리스트’ 등 외신들도 시즌2 리뷰 기사를 내면서 “‘워킹데드’보다 낫다” “‘왕좌의 게임’이 그립다면 킹덤을 보라”며 호평했다.

시즌2는 배우들 연기력 논란도 가라앉혔다. 중전 역할의 김혜준의 경우 시즌1에서 배역에 비해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하지만 시즌2에서는 “김혜준의 독기 어린 연기가 주연인 주지훈보다 더 인상적”이란 좋은 평가가 줄 잇고 있다.

▶ 벌써 기다려진다 … 전지현의 시즌3

아쉬움도 없진 않다. 극을 이끄는 핵심 악역으로 등장했던 대감 조학주(류승룡)가 너무 어설프게 죽음을 맞이 했다거나, 마지막 회에서 새로운 등장인물(전지현)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삽입된 배경음악이 생뚱맞다는 지적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팬들은 이미 시즌3에 대한 기대감에 푹 빠져 있다. 극을 만든 김은희 작가가 “시즌2가 성공해야 시즌3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지만, 시즌2의 흐름상 시즌3의 제작 또한 기정사실로 보인다. ‘햇빛이 아닌 온도’란 떡밥에 1년을 킹덤 주변에서 배회했던 팬들은 ‘생사초(역병의 원인)의 비밀’이란 추가 떡밥에 시즌3을 향한 또 한번의 기다림에 들어갔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