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0일 일요일

◇ 2021년 소의 해, 전국의 소 있는 마을을 살펴보니

◇ 2021년 소의 해, 전국의 소 있는 마을을 살펴보니

◇ 2021년 소의 해, 전국의 소 있는 마을을 살펴보니

강원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2리 오대산 자락에 ‘소도둑놈 마을’이 있다. 그 옛날 산적들이 마을로 내려와 소를 훔쳐 잡아먹는 일이 잦아 소도둑놈골로 불린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고랭지 채소와 당귀 재배로 먹고살던 이 외딴 마을은 2006년 수해를 겪은 뒤 활로를 찾다 옛 이름을 공식 명칭으로 되살렸고, 2013년 산촌 생태체험 마을로 선정되며 전국에 이름을 널리 알렸다. 20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 한 해 3000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리기도 했다. 역사 속에 숨어 있던, 소에 얽힌 지명 이야기가 행운을 부른 것 같다.

경남 거창군 가북면 ‘우혜 마을’ 이름에도 소가 들어간다. 한자말 우혜(牛惠)는 소의 은혜를 뜻한다. 어느 날 호랑이가 나타나서 농부가 일하느라 논두렁에 눕혀놓은 어린아이를 해치려 했는데, 소가 맞서 싸운 덕에 아이를 구했다는 얘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사람을 지키고,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소의 은혜를 기리는 마음을 마을 이름에 담았다. 강원 강릉 주문진 바닷가에는 길게 누운 소 모양의 ‘소돌 마을’이 있다. 이곳 사람들은 마을 제사 때 소고기를 쓰지 않고 닭고기를 올린다 한다. 풍수에서 소 형상의 마을은 풍요와 자손의 번창을 이뤄준다고 하니 소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전국 각지에 한글 ‘소’나 한자 소 ‘우’(牛)자가 들어간 지명이 무척 많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전국의 소 관련 지명이 731개로 십이간지 중 용(1261개), 말(744개)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는 조사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소가 누운 형상의 와우산(臥牛山)은 서울·부산 외에 전국 곳곳에 있다. 제주의 우도(牛島)는 소 이름 들어간 섬의 대표다. 서울의 우면산(牛眠山), 우이동(牛耳洞)도 친숙하다. 쇠소깍·소똥령·소티재·쇠물뿌리 같은 우리말 지명도 정겹다.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다. 한자 축(丑)이 소를 뜻한다. 소는 은근과 끈기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힘과 고집은 세지만 온순하고 듬직하며 의로운 존재로 여겨졌다. 2021년 소의 해에는 ‘집콕’에서 벗어나 우직하고 강건한 소의 이름이 들어간 우리 땅을 마음껏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코로나19 감염병에 시달린 2020년 쥐의 해를 어서 떠나보내고 싶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