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5일 금요일

허준과 동의보감 9편

■ 허준과 동의보감 9편

■ 허준과 동의보감 9편

《동의보감》은 국내 및 국제적인 기여를 인정받아,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로 지정되었고, 2009년 7월 31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인과 같이 나누게 되었다. 이는 한국의 7번째 세계기록유산이었으며, 의학서적으로는 처음으로 등재된 것이다. 의료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발간된 의학 서적은 매우 많다. 그럼에도 《동의보감》이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의학적 내용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발간된 일반인을 위한 의학 서적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질투와 역경을 딛고 방대한 저술을 완수한 허준의 집념 덕분에 우리는 또 하나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동의보감은 17세기 동아시아 의학을 집대성하여 지금까지 의학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학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 남아있는 동의보감 초간본(목활자본)은 전본(傳本)이 드물어 희소성이 있으며, 한국의학사와 임난 이후 도서출판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20세기 후반 이후 한국에서 허준은 소설과 드라마로 재조명되어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2005년 3월에는 허준박물관이 개관되어 허준과 《동의보감》을 알리는 교육과 전시행사가 있었다. 또한 서울 강서구를 중심으로 매년 ‘허준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18세기 중엽에 나온 《약파만록》이라는 책에는 허준이 코끼리를 고쳐주어 명성이 자자해졌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이야기에 살이 붙어, 아픈 호랑이를 고쳐주고 금침을 얻은 허준이 그 금침으로 중국 천자의 병을 고쳐준 뒤 천자의 병을 고치지 못한 죄로 옥에 갇힌 중국 의원들을 풀어주자, 그 의원들이 자신들이 아는 것을 모두 책에 적어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동의보감》이라는 설화까지 등장할 정도이다. 사실 이런 신화의 옷을 다 벗기더라도 허준은 사상의학(四象醫學:체질에 따라 약은 씀)을 창안한 이제마가 역대 동아시아 의학사에서 장중경, 주굉에 이어 세 번째 인물로 선정할 정도로 뛰어난 의학자이다. 의관 허준의 출세는 조선의 역사에서 거의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파격의 연속이었다. 이는 그의 의술 솜씨와 우직한 충성이 빚어낸 성취였다. 이와 함께 이를 질시한 양반계급의 불만도 작지 않았다. ‘양반에게 굽실거리지 않으며, 임금의 은총을 믿고 교만스럽다.’는 세평(世評)도 존재한다.

어쨌든 허준은 탁월한 의학지식과 이론을 바탕으로 그때까지 발전해 왔던 의학을 과학이론적인 면과 실용적인 면에서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림으로써 의학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무엇보다도 민족의학·민중의학을 지향함으로써 근대민족의학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허준은 한국의학사, 동아시아 의학사, 세계의학사에 크게 기여했으며, 조선 의학사의 독보적인 존재로 동의(東醫), 즉 한국의학의 전통을 세웠다. 특히, 《동의보감》은 당대 최고의 고급 의학으로서 조선 의학의 통일을 가능케 했고, 언해본 의서는 의학 대중화의 촉진제가 되었다.

- 10편에 계속

♣ 제공 : KIMSEM의 ‘역사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