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8일 월요일

상두주무桑土綢繆 – 미리 준비하여 닥쳐올 재앙을 막다.

상두주무桑土綢繆 – 미리 준비하여 닥쳐올 재앙을 막다.

상두주무(桑土綢繆) – 미리 준비하여 닥쳐올 재앙을 막다.

\xa0

뽕나무 상(木/6) 흙 토, 뿌리 두(土/0) 빽빽할 주(糸/8) 얽을 무(糸/11)

\xa0

흙 土(토)의 독음 중에는 뿌리라는 뜻의 ‘두’가 있다. 桑土(상두)는 그래서 뽕나무 뿌리다. 새는 장마가 오기 전에 미리 뽕나무 뿌리를 물어다가 둥지의 새는 곳을 막는다고 한다. 현명한 새는 폭풍우 같은 재난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지혜를 지닌 셈이다. 綢繆(주무)는 칭칭 감는다는 뜻으로 미리 빈틈없이 꼼꼼하게 준비한다는 뜻을 가졌다.

\xa0

높이날 翏(료)가 부수에 따라 쓰인 글자는 독음이 특히 변화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阿膠(아교), 寂廖(적료), 誤謬(오류), 殺戮(살륙) 등 자주 쓰이는 것만 해도 같은 음이 거의 없다. 뽕나무 뿌리를 미리 감는다는 이 성어는 근심과 재앙에 대비하는 有備無患(유비무환)의 뜻이다. 桑土之防(상두지방), 未雨綢繆(미우주무)라고도 한다.

\xa0

동아시아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이라는 ‘詩經(시경)’에 처음 등장한다. 각 나라, 지역의 노래를 모은 國風(국풍) 마지막 편 豳風(빈풍) 鴟鴞(치효)편에 실려 있다. 나라이름 豳(빈)은 周(주)나라 조상이 살았다는 땅이다. 鴟는 올빼미 치, 鴞는 부엉이 효. 殷(은)나라의 폭군 紂王(주왕)을 멸하고 주나라를 세운 무왕은 3년 만에 죽고 어린 成王(성왕)이 즉위하게 됐다. 무왕의 아우 周公(주공)이 섭정을 맡아 나라를 안정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xa0

주공은 다른 동생들 管叔(관숙)과 蔡叔(채숙)이 자신을 모함하고 반란을 일으키자 3년 만에 겨우 평정하고 성왕에게 바친 것이 올빼미에 비유한 이 노래다. 성어가 나오는 부분을 보자. ‘하늘이 비를 내리지 않을 때에 미리, 저 뽕나무 뿌리를 벗겨다가, 창을 엮고 문을 감는다면, 저 아래 사람들이 어찌 감히 나를 업신여기랴(迨天之未陰雨 徹彼桑土 綢繆牖戶 今女下民 或敢侮予/ 태천지미음우 철피상두 주무유호 금여하민 혹감모여).’ 迨는 미칠 태, 牖는 들창 유.

\xa0

‘孟子(맹자)’에도 이 부분을 인용하여 장마를 대비하여 둥지를 만드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도 우환을 생각하여 미리 예방하라는 뜻이라고 하였다. 公孫丑章句(공손축장구) 상편에서다.

\xa0

태평성대가 지속되면 그 이상 좋을 것이 없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오래 가지 못하고 호시탐탐 魔(마)가 노리게 마련이다. 경제와 안보의 어려움을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위기가 한 번에 닥쳐 우왕좌왕한다. 재난에 미리 대비하지 않는 안전의식 결여는 둥지를 보강하는 새보다도 못한 인간임을 증명한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