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3일 수요일

◇ 아시아人 증오 범죄 언제까지...

◇ 아시아人 증오 범죄 언제까지...

◇ 아시아人 증오 범죄 언제까지...

유대인 혐오의 역사는 그들이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질병이 혐오의 구실이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한센병이 유전되고 유대인을 이 병에 ‘오염된 민족’이라 여겼다. BC 3세기 이집트 역사가 마네토는 유대인들이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를 탈출한 게 아니라 한센병 때문에 추방당했다고 주장했다. 중세 흑사병이 창궐해 유럽 인구 3분의 1이 죽어나갈 때도 유대인 혐오가 기승을 부렸다. 유대인은 그때나 지금이나 율법에 따라 손을 자주 씻는다. 덕분에 감염을 피한 건데, ‘유대인이 병을 퍼뜨린 증거’라며 학살극이 벌어졌다.

인종 혐오가 무지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부턴 과학 지식이 차별 근거로 동원됐다.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다진 식물학자 린네는 인간 지능이 유럽·아메리카·아시아·아프리카인 순으로 감소한다고 했다. 동시대 영국 의사 존 앳킨스는 흑인이 원숭이와 교접해 자손을 낳을 수 있으며, 그렇게 태어난 후손은 말과 당나귀 사이에서 나온 노새처럼 생식 능력이 없다고 했다.

이민자 나라인 미국의 소수 인종과 이민자 차별도 뿌리 깊다. 아시아인에게는 병을 옮기는 불결한 사람들이란 이미지가 씌워졌다. 187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천연두가 유행했을 때도 아시아계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국인을 중국 음식에 빗대는가 하면 한·중·일 3국 출신을 ‘찢어진 눈’(chink)이라 비하한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엊그제 총기 범죄로 한인 4명 포함 아시아계 6명이 희생됐다. 현지 경찰은 용의자가 섹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매매 업소에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한인 교포와 아시아계 사회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인종혐오 범죄가 분명한데도 미국 주류 사회가 성매매를 은근히 탓하며 피해자에게 모멸감까지 안긴다는 항변이다. 아시아계 의원들도 “인종적 동기의 폭력은 정확히 그렇게 불러야 한다”, “성적 중독으로 다시 이름 붙여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작년 3월 이후 아시아계를 노린 범죄가 3800건에 이른다. 전체 증오 범죄는 줄어드는 추세인데 유독 아시아계에 대해서만 149% 폭증했다. 이번 총격 사건 이후 한인들은 두려워 외출도 못 한다. 미 동부에 유학 중인 한인 여고생이 현지 분위기를 전해왔다. “길을 걷는데 지나가는 차 창문이 열리고 욕설이 쏟아져나온다. 이러다가 차 안에서 총이 나올까 두렵다.” 증오의 먹이가 된 세상은 지옥이다. 역사에 숱하게 반복된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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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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