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1일 목요일

덕탕호명德蕩乎名 - 덕은 명예를 구하려 하는 데서 허물어진다. 

덕탕호명德蕩乎名 - 덕은 명예를 구하려 하는 데서 허물어진다. 

덕탕호명(德蕩乎名) - 덕은 명예를 구하려 하는 데서 허물어진다.\xa0

큰 덕(彳/12) 방탕할 탕(艹/12) 어조사 호(丿/4) 이름 명(口/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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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드러날수록 빛나는 것이 名譽(명예), 이름이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수록 빛나는 것이 德(덕)이다. 우리 속담에 ‘부처님 공양 말고 배고픈 사람 밥을 먹여라’란 것이 있다. 남에게 내세우지 않고 어진 일을 하여 덕을 쌓으면 복이 저절로 온다고 陰德陽報(음덕양보)라 했다. 보답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덕이 근본이고 재물은 맨 나중이란 德本財末(덕본재말)과도 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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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명예를 얻기 위해 거짓 간판을 내세우기까지 하는데 덕은 다만 그 자체를 위해서만 추구될 것을 바란다. 덕과 명예에 대해서 명쾌하게 말한 것이 ‘莊子(장자)’에 나온다. 덕이 허물어지는 것은(德蕩) 명예를 추구하는 데서 온다(乎名)는 이 성어다. 방탕할 蕩(탕)은 ‘흔들다, 허물어뜨리다’의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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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혼란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장자는 人間世(인간세)편에서 말하고 있는데 정작 이 성어는 孔子(공자)를 등장시켜서 한다. 어느 때 가장 아끼는 제자 顔回(안회)가 공자를 찾아와 衛(위)나라로 떠나려 한다고 말했다. 걱정이 된 공자가 왜 가려하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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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회는 위나라 군주가 독선적이고 자기 잘못을 몰라 백성들이 괴로우니 선생님의 가르침을 펴서 바로잡아 보고 싶다고 대답한다. 공자는 옛날 덕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을 먼저 건사한 다음에 타인을 도와주었는데 안회가 준비 덜 된 상태서 포악한 권력자들의 소행을 바로잡기는 어렵다고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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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공자는 제자에게 덕이 어떻게 혼란해지며 지식이 어떻게 해서 생겨나는지 조언한다. ‘덕은 명성을 구하려는 데서 파괴되고, 지혜는 서로 다투는데서 생겨난다(德蕩乎名 知出乎爭/ 덕탕호명 지출호쟁). 명예는 서로 헐뜯으니 충돌하게 마련이고, 지식은 다툼의 도구로 쓰인다(名也者相軋也 知也者爭之器也/ 명야자상알야 지야자 쟁지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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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예와 지식 모두 흉기라 행동의 지침으로 삼을 바가 못 되는데 어떻게 포악한 사람들에게 인의와 법도가 먹히겠는가 하며 만류한 것이다. 지식이 명성을 얻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서로 옳다고 주장할 때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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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회에서는 서로 지식을 탐구하면서 발전에 기여하는데 이것이 지나쳐 남에 앞서고, 명예를 얻기 위한 도구가 되면 서로 옳다는 독선이 된다. 이렇게 되어 사람이 가진 덕성은 사라지고 갈등사회를 넘어 너 죽고 나 살자는 분쟁사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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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짓밟는 이런 지식, 여기서 얻은 명성은 장자가 말한 모두 흉기(二者凶器/ 이자흉기) 그대로다. ‘덕이 재주의 주인(德者才之主/ 덕자재지주)’이라고 말한 菜根譚(채근담)의 가르침대로 덕이 앞서면 혼란이 없을 텐데 거꾸로만 가니 세상이 시끄럽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