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4일 일요일

감수자도監守自盜 - 감독하는 관리 자신이 도둑질한 죄 

감수자도監守自盜 - 감독하는 관리 자신이 도둑질한 죄 

감수자도(監守自盜) - 감독하는 관리 자신이 도둑질한 죄\xa0

볼 감(皿/9) 지킬 수(宀/3) 스스로 바(自/0) 도둑 도(皿/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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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가로채는 도둑이 나쁘다는 것은 모두 안다. 알면서 하는 도둑은 더 나쁘고 지켜야 할 사람이 훔치거나 빼돌린다면 더욱 나쁘다. 더구나 세금으로 거둬들인 나라의 재산을 더 불리고 바른 곳에 쓰도록 임무를 받은 사람이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아는 놈이 도둑놈’이란 말대로 내용을 잘 아는 사람이 더 자주 더 크게 빼돌릴 수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재물을 감시하고 지켜야 하는(監守) 자가 스스로 그 물건을 도둑질하면(自盜) 더욱 심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은 중국 漢書(한서)에 취지가 실리고 明(명)나라의 형법전인 ‘大明律(대명률)’의 刑律(형률) 조항에서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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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하고 지키는 監守(감수)라 해도 원래는 소속 관서를 총괄하는 담당자 監臨(감림)과 그 업무를 맡고 있는 하위 관리 主守(주수)를 통칭한 말이란다. 조선의 기틀을 세운 鄭道傳(정도전)의 朝鮮經國典(조선경국전)과 최고의 법전 經國大典(경국대전)에도 관료의 범죄 유형과 처벌 형량을 세부적으로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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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들이 관리하는 국가 재산을 훔쳤을 때 臟物(장물)의 양에 따라 차등을 두고 최소 棍杖(곤장) 80대부터 최대 斬刑(참형)까지 규정했다. 여기에 이런 부패관리들에겐 훔친 물건의 종류에 따라 盜官粮(도관량, 粮은 양식 량), 盜官錢(도관전)과 같이 팔뚝의 살을 따고 먹물을 찍어 넣는 刺字刑(자자형)까지 부과하여 후대까지 오명을 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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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세세하고 엄격하게 다스렸으면 범죄를 꿈도 꾸지 말아야 할 텐데 이것으로 처벌된 경우가 實錄(실록)에는 숱하다. 지방관의 도리를 강조한 丁若鏞(정약용)의 명저 牧民心書(목민심서)에서는 이 규정을 더 넓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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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의지할 친척도 없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은 관청에서 구호해 주어야 마땅한데 ‘이들에게 지급할 옷과 양식의 수량을 관리가 감해 버린다면 감수자도로 논죄한다(若應給衣糧 而官吏剋減者 以監守自盜論/ 약응급의량 이관리극감자 이감수자도론).’ 약자의 몫을 중간에서 약취한다면 양이 적어도 더욱 큰 벌을 받아 마땅하다. 愛民(애민)조 振窮(진궁)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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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가 만연했던 왕조시대는 오래 전이고 민주화된 오늘날에는 어떨까. 정보를 다루고 개발 이익을 주무르는 담당자가 은근슬쩍 법망만 피해 주변에 흘려 치부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그것을 감독하는 상관도 몰랐다며 태연하게 뻗댄다. 특히 지난번 토지주택공사의 비리는 정권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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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의 두목도 도둑이요 그 졸개도 또한 도둑이라’는 말대로 위아래가 책임이 다를 수가 없다. 5공화국 군사정권 초기에 인기 끌었던 드라마에서 단골대사가 다시 유행했다. ‘민나 도로보데스(みんな泥捧です/ 모두가 도둑).’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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