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한여우揮汗如雨 - 땀이 흘러 비 오는 듯하다, 사람이 많아 북적이다.
휘한여우(揮汗如雨) - 땀이 흘러 비 오는 듯하다, 사람이 많아 북적이다.
휘두를 휘(扌/9) 땀 한(氵/3) 같을 여(女/3) 비 우(雨/0)
땀이 줄줄 흘러(揮汗) 닦아내다 보면 마치 비가 오는 듯하다(如雨)는 이 말은 힘든 일을 하여 고되다는 뜻보다 사람이 북적인다는 의미다. 길을 가다 부딪치는 게 사람일 정도로 북적이면 날씨 더울 때는 땀이 휘날리겠다. 차가 많이 왕래하면 수레의 바퀴통이 서로 부딪치고, 사람들의 어깨가 자주 스친다고 한 轂擊肩摩(곡격견마, 轂은 바퀴통 곡)와 같은 뜻이다. 이 두 성어가 출전은 다르지만 齊(제)나라의 수도 臨淄(임치, 淄는 강이름 치)를 묘사한 것은 닮았다.
제나라의 명재상이라면 桓公(환공)을 春秋五覇(춘추오패)로 이끈 管仲(관중)을 꼽는데 이보다 100년 정도 뒤의 晏嬰(안영)도 못지않다. 키는 자그마했지만 3대의 왕을 직언으로 보필하여 晏子(안자)로 불리며 모두의 신망을 받은 거인이었다. 가정생활도 엄격하여 밥상에 고기반찬을 올리지 않았고 부인에겐 비단 옷을 입히지 않았다.
안영에 따르는 고사로 南橘北枳(남귤북지)가 있다. 강남에서 자라던 귤을 북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고 환경의 중요성을 이를 때 자주 인용된다. 안영이 사신으로 楚(초)나라에 갔을 때 초왕이 제나라 출신 도둑을 끌고 와 그 나라엔 모두 이런 사람만 있느냐고 비꼴 때 재치 있게 받아낸 이야기다.
이와 함께 지략이 뛰어난 안영을 모욕주기 위해 수를 썼지만 번번이 당하는 데서 제나라 임치의 번화함을 묘사한 것이 있다. 키가 작아 볼품없는 안영이 사신으로 온 것을 두고 초왕이 제나라에는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을 때 답한다.
‘제의 수도 임치엔 7500가구나 사는데 지나는 사람들이 옷소매를 펼치면 태양이 가려져 그늘이 생기고, 땀을 닦아내면 마치 비가 오는 것과 같습니다(齊之臨淄三百閭 張袂成陰 揮汗成雨/ 제지임치삼백려 장몌성음 휘한성우).’ 마을 閭(려)는 25戶(호)를 묶은 단위, 300려는 7500호가 된다. 袂는 소매 몌. 바로 이어 나오는 말이 어깨가 서로 닿고 발뒤꿈치가 서로 연이어진다는 比肩繼踵(비견계종)이다. 이런 나라인데 사람이 없다니 하고 또 일침을 가했다. ‘晏子春秋(안자춘추)’에 나온다.
나라를 위하여 애쓰는 관료나 정치인들이 불철주야 땀 흘린다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걸핏하면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기 부서에 이득이 되면 행동이 재빨라 국민들의 신임을 잃었기 때문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