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려근우遠慮近憂 - 멀리 생각해야 가까운 근심이 없다.
원려근우(遠慮近憂) - 멀리 생각해야 가까운 근심이 없다.
멀 원(辶/10) 생각할 려(心/11) 가까울 근(辶/4) 근심 우(心/11)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거나 관계도 없는 남의 일에 끼어들며 오지랖을 떤다. 근심걱정이 없는 사람이 있을 수는 없지만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며 땅이 꺼질까 근심하는 杞憂(기우)처럼 쓸데없는 걱정을 할 땐 한심할 뿐이다. 큰 뜻을 펼치려는 사람도 ‘사는 해는 백년을 채우지 못하면서/ 항상 천년의 근심을 품는다(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생년불만백 상회천세우)’는 말처럼 일반 사람은 그 걱정을 이해 못한다. 이런 ‘걱정도 팔자’인 사람을 제외한 보통 사람이라도 살아가는데 근심이 없을 수가 없다.
孔子(공자)님 말씀에 이런 것이 있다. ‘사람이 멀리 내다보며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게 된다(人無遠慮 必有近憂/ 인무원려 필유근우).’ 수신과 처세에 관해 좋은 말이 많이 실린 ‘論語(논어)’ 衛靈公(위령공) 편에서다. 목전의 안일에만 취해서 앞으로의 일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으면 바로 큰 우환이 닥친다고 경고한다. 장래의 일만 생각하고 목전의 작은 일을 소홀히 해선 물론 그것도 안 된다. 앞으로의 일을 중시한다고 주변의 일을 무시했다간 장래의 일을 숙고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慮(려)와 憂(우)는 같은 걱정근심이지만 중복을 피해 사용됐다.
北宋(북송)의 蘇軾(소식)은 사람이 앞으로 나갈 때 발 디디는 곳 이외의 땅은 필요 없지만 버릴 수도 없듯 천리 밖의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지금 앉은 자리에서 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조선 후기 학자 李瀷(이익, 瀷은 강이름 익)도 대표적인 저술 ‘星湖僿說(성호사설, 僿은 잘게부술 사)’에서 인사에 있어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라 일을 맡으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백년대계를 갖춰야 하고, ‘일은 추호도 소홀히 다룰 수 없으니 소홀한 곳에 반드시 폐단이 따른다(事無一毫可以放過者 放過處必有患/ 사무일호가이방과자 방과처필유환)’고 했다. 11권 人事門(인사문)의 내용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대비하고, 지금 주변의 작은 일을 점검한다는 것은 현재와 미래의 걱정을 모두 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하지만 목적에 맞는 일에 대비하는 것이지 쓸데없는 일에 정력을 낭비하라는 말이 아니다. 폭풍우를 대비해 둥지를 나무뿌리로 감는 새의 지혜 未雨綢繆(미우주무, 繆는 얽을 무)가 바로 有備無患(유비무환)이다. 특히 주변의 강대국과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한 국방안보에는 아무리 대비해도 쓸데없는 걱정이 없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