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9일 토요일

앙인비식仰人鼻息 - 남이 숨 쉬는 것만 바라보다.

앙인비식仰人鼻息 - 남이 숨 쉬는 것만 바라보다.

앙인비식(仰人鼻息) - 남이 숨 쉬는 것만 바라보다.

우러를 앙(亻/4) 사람 인(人/0) 코 비(鼻/0) 쉴 식(心/6)

일을 시키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지시를 잘 따르는 사람이 마음에 들 것이다. 그보다 더 훌륭한 부하는 말하기 전에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상관이 하는 일에 건건이 비위나 맞추는 嘗糞之徒(상분지도)의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보다는 낫지만 자율적으로 하지는 못하고 윗사람의 하명만 기다리는 부하도 답답하다.

모두 상관이 대하는 태도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윗사람이 숨 쉬는 대로(鼻息) 바라본다(仰人)는 이 성어도 伏地不動(복지부동)의 태도를 가리킨다.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여 살아가거나 주체성이 전혀 없이 남의 눈치를 살피고 비위를 맞추며 살아가는 것을 비유하게 됐다.

이 말은 後漢(후한)을 세운 光武帝(광무제)부터 13대 196년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後漢書(후한서)’에 나온다. 말년 獻帝(헌제)에 이르러 각 주군의 장관들이 세력을 결집하는 바람에 나라는 四分五裂(사분오열) 상태였다. 渤海(발해) 태수 袁紹(원소)가 무도한 董卓(동탁) 정벌에 나서자 많은 고을의 태수들이 호응했다. 맹주로 추대된 원소는 冀州(기주) 땅을 빼앗아 근거지로 삼으면 성공할 것이라는 부하 말을 듣고 자사 韓馥(한복, 馥은 향기 복)에게 귀순을 설득했다.

성격이 나약한 한복은 겁을 먹고 땅을 내주려고 했으나 측근인 耿武(경무, 耿은 빛날 경)와 閔純(민순) 등이 나서 간언했다. ‘기주가 보잘것없지만 군대가 아직 강하고 식량도 넉넉합니다. 원소는 먼 곳에서 와 기진맥진한데다 궁지에 빠진 군대라서 우리의 콧김만 바라보고 있습니다(孤客窮軍 仰我鼻息/ 고객궁군 앙아비식).’ 하지만 한복은 상대의 덕을 헤아려 양보하는 것은 귀히 여겨야 할 일이라며 항복했고 이후 유명무실한 장군으로 몰락하고 말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