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8일 금요일

◇ 삼성 이병철과 재벌의 영발정치靈發經營

◇ 삼성 이병철과 재벌의 영발정치靈發經營

◇ 삼성 이병철과 재벌의 영발정치(靈發經營)

결정을 한다는 게 사람 잡는 일이다. 결정이 실패했을 경우에 닥쳐올 대가와 후폭풍을 생각하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지금 트럼프도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국지전을 한번 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할 것이다. 고냐 스톱이냐? 이거 피 말리는 결정이다.

판단이라는 것은 데이터와 분석뿐만 아니라 신탁(神託), 직관(直觀)까지 포함된다. 작은 일은 데이터만 가지고 판단해도 되지만 큰일은 신탁이 있어야 한다. 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전쟁을 앞두고 델피 신전에 가서 신탁을 구했던 것도 고도의 의사 결정 과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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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남중국해 결정을 앞에 두고 점괘를 물어볼 신탁소나 도사가 있는지 모르겠다. 국가 간 전쟁은 뉴욕의 부동산 투자와는 차원이 다른 결정이기 때문이다. 주기도문에 나오는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는 대목을 나는 좋아한다.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큰일이 벌어지려면 하늘에서 먼저 이루어진다. 그다음에 현실 세계에서 나타난다. 에너지 형태의 배합이 조짐으로 미리 나타나는 것이다. 마치 일기예보와 같다. 인공위성에서 고기압과 저기압의 배치를 보고 일기를 예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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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압과 저기압의 배치를 미리 보는 일이 하늘에서 먼저 이루어지는 것을 훔쳐보는 일이고 조짐의 하나이다. 이 조짐을 감지하는 일이 원래 국사(國師)나 왕사 또는 도사 몫이었다. 풍수도참과 주역, 그리고 꿈이 하늘의 조짐을 미리 짐작하게 해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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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사주팔자를 본다는 말은 있지만, 국내 재벌 기업 오너들도 대개는 영매(靈媒)와 도사를 수소문하거나 고용하고 있다. 겉으로는 안 그러는 체하지만 속으로는 영험한 도사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기업 오너의 안주인들이 대개 이 분야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데 신경을 쓴다. 배터리 떨어진 도사 말 믿고 투자했다가 감방 갔다 온 오너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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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에서 도사들의 판단을 활용하는 경영을 나는 영발경영(靈發經營)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 원조는 삼성의 이병철이다. 이병철은 도사들에게 대접도 후하게 했지만 한 사람 말만 믿지 않고 여러 도사의 점괘를 크로스 체크하는 노련함이 있었다. 함양군 서상면 출신의 박 도사, 진주의 홍 선생, 대만의 웨이첸리를 비롯한 여러 도사가 이병철의 영발경영에 기여하였다. 그래도 인간의 생로병사는 피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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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용헌 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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