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귀우목盲龜遇木 - 눈먼 거북이 우연히 뜬 나무를 만나다, 사람으로 태어난 귀한 인연
맹귀우목(盲龜遇木) - 눈먼 거북이 우연히 뜬 나무를 만나다, 사람으로 태어난 귀한 인연\xa0
소경 맹(目/3) 거북 귀(龜/0) 만날 우(辶/9) 나무 목(木/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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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나 실력이 아니고 우연히 공을 세웠을 때를 비유한 속담에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기’가 있다. 시각 장애인을 등장시켜 바람직하지 않지만 눈이 먼 상태에서 문을 바로 찾는다는 盲人直門(맹인직문)도 같은 의미다. 시샘이나 비아냥거리는 말로 많이 쓰는데 재주가 모자라는 사람이라도 여러 번 시도하여 얻은 愚者一得(우자일득)은 달리 노력이 뒷받침됐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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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에 한 번 만나는 千載一遇(천재일우)의 기회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눈 먼 거북이(盲龜)가 우연히 뜬 나무를 붙잡았다(遇木)는 이 성어는 우연한 행운을 말하면서도 이에 비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 동안의 인연이란 깊은 뜻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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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언행록이라는 佛經(불경)의 ‘阿含經(아함경)‘이나 영원불멸의 경지를 설명하는 ’涅槃經(열반경)‘ 등에 나오는 내용을 옮겨 보자. 아주 넓은 바다에 한 눈이 먼 거북이가 살았는데 100년에 한 번씩 물 위를 떠오른다. 그 위에 구멍 난 나무가 물결 따라 바람 따라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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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10대 제자중의 한 사람인 阿難陀(아난타)에게 말한다. ’눈 먼 거북이가 백년에 한번 떠올라 구멍 난 판자의 구멍으로 머리를 내밀 수 있겠느냐(盲龜 百年一出其頭 當得遇此孔不/ 맹구 백년일출기두 당득우차공불)?‘ 나무는 어디로 떠다닐지 모르는데 더군다나 백년에 한 번 머리를 내미는 거북은 당연히 만날 수 없다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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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눈 먼 거북이 여러 번 실패하더라도 어쩌다 판자를 만날 수는 있다(盲龜浮木 雖復差違 或復相得/ 맹구부목 수부차위 혹부상득)’며 설명을 잇는다. 어리석은 중생이 사람으로 태어나기가 눈 먼 거북이 나무 만나기보다 어려운데 이 세상에 와서 악업을 멀리하고 진리를 닦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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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을 얻어 세상에 나오기가 어렵다는 人身難得(인신난득)이다. 비슷한 비유로 바늘을 땅 위에 꽂아 놓고 하늘에서 겨자씨를 던져 그 위에 꽂히는 纖芥投針(섬개투침)이나, 3000년에 한 번 핀다는 신비의 優曇婆羅(우담바라) 꽃을 보게 되는 曇花一現(담화일현)의 행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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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으로 맞은 거북의 행운이란 뜻 말고 사람으로 한 번 태어나기가 이처럼 불가능한 확률에서 맞은 행운이니 그 무엇보다 귀한 줄 알아야 한다. 전쟁이나 재해로 어쩔 수 없이 희생되는 것도 피해야겠지만 스스로 목숨을 던지는 사람이 끊이지 않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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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경제가 앞선다는 OECD 회원국에서 항상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 더욱 그렇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개개인의 사유는 모두 각각이라도 밑바탕까지 아우르는 정책이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 사람이라도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 터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