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0일 수요일

백족지충 지사불강百足之蟲 至死不僵 - 지네는 죽음에 이르러도 넘어지지 않는다, 주위에 도와

백족지충 지사불강百足之蟲 至死不僵 - 지네는 죽음에 이르러도 넘어지지 않는다,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 

백족지충 지사불강(百足之蟲 至死不僵) - 지네는 죽음에 이르러도 넘어지지 않는다,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xa0

일백 백(白/1) 발 족(足/0) 갈 지(丿/3) 벌레 충(虫/12)

이를 지(至/0) 죽을 사(歹/2) 아닐 불(一/3) 넘어질 강(亻/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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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그럽게 기어가며 독을 내뿜는다는 지네나, 고약한 노린내를 풍기는 노래기 등은 공통점이 있다. 몸이 수십 개의 마디로 되어 있고 각각 한 쌍의 다리가 나 있어 다리가 셀 수없이 많다. 지네는 蜈蚣(오공), 노래기는 馬蚿(마현) 등의 어려운 이름이 있지만 다리가 많다고 百足之蟲(백족지충)이라 통칭된다. 이렇게 다리가 많으니 어느 쪽이 넘어진다고 해도 다른 쪽이 받쳐줄 수 있어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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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 같은 벌레는 죽음에 이르러도 넘어지지 않는다(至死不僵)는 말은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百足之蟲 死而不僵(백족지충 사이불강)이라고도 한다. 넘어질 僵(강)은 뻣뻣해지다, 바로 서다란 뜻도 있고, 중국 전설의 움직이는 시체 僵屍(강시)의 그 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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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三國時代(삼국시대, 220년~280년) 때 曹操(조조)의 아들 曹丕(조비)가 魏(위)의 제위에 올랐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병사하고 明帝(명제) 曹睿(조예)가 즉위한 뒤는 司馬(사마)씨를 중용하여 세력이 강성해졌다. 왕조의 존립이 위태로울 지경이 되자 曹冏(조경, 冏은 빛날 경)이란 식견 있는 인물이 상소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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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는 말에 지네는 죽어도 꿈틀거린다고 했는데 이는 지탱해주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故語曰 百足之蟲 至死不僵 扶之者衆也/ 고어왈 백족지충 지사불강 부지자중야).’ 사마씨 일족을 견제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나 흘려들었다가 司馬炎(사마염)의 晉(진)나라에 멸망하고 말았다. 조경의 ‘六代論(육대론)’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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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子(공자)의 언행과 문인들과의 논의를 王肅(왕숙)이 수록한 ‘孔子家語(공자가어)’에는 표현이 달라도 뜻이 같은 말이 나온다. 공자가 晏子(안자)의 말이 옳다고 하면서 비유한다. ‘어진 사람을 의지하면 진실로 막힘이 없고, 부유한 사람을 의지하면 궁색함이 없다(依賢者固不困 依富者固不窮/ 의현자고불곤 의부자고불궁), 노래기가 발이 부러져도 다시 갈 수 있는 것은 도와주는 발이 많기 때문이다(馬蚿斬足而復行 可也 以其輔之者衆/ 마현참족이부행 가야 이기보지자중).’ 六本篇(육본편)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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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관용어에도 ‘발이 넓다’고 하면 사귀어 아는 사람이 많아 활동하는 범위가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의미만 아닌 것이 여러 방면에 능통한 八方美人(팔방미인)은 누구에게나 잘 보이도록 처세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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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발이 넓더라도 끼리끼리의 이익만 도모한다면 그 무리 모두 싸잡아 비난당한다. 도와주는 사람이 많은 것에 비유하더라도 百足之蟲(백족지충)이 다리 많은 징그러운 벌레에 불과한 것은 패거리의 행패가 많았기 때문일까.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