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일 일요일

안고수비眼高手卑 - 눈은 높지만 재주는 미치지 못한다.

안고수비眼高手卑 - 눈은 높지만 재주는 미치지 못한다.

안고수비(眼高手卑) - 눈은 높지만 재주는 미치지 못한다.

눈 안(目/6) 높을 고(高/0) 손 수(手/0) 낮을 비(十/6)

눈은 높은 곳(眼高)에 있고 손은 아래쪽(手卑)에 있다. 이 당연한 말이 물론 위치한 곳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는 수준과 뜻은 크고 높으나 손으로 이룰 수 있는 재주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 먼저다. 또 ‘실없는 부처 손’이란 속담이 말하듯 아무 쓸모가 없는 경우나 그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문학이나 예술 작품을 평할 때 기막히게 약점을 잘 잡아내면서도 실제 창작을 하라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비꼬아 눈만 높다고 말한다. 안고수저(眼高手低)라 해도 같다. 눈썰미가 있고 손이 재빨라 재주가 있는 眼明手快(안명수쾌)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처럼 쉬운 말로 자주 쓰이는 성어가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이전부터 쓰이던 말을 번역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고전에 사용된 예도 적다. 조선 후기에 활동했던 李德壽(이덕수, 1673~1744)라는 문신이 있다. 주자학을 반대하고 실사구시의 학문을 이끌었던 朴世堂(박세당)의 문인으로 문장과 글씨에 능했다. 이덕수는 ‘罷釣錄(파조록)’이란 책에서 글을 쓸 때는 대상을 정밀하게 파악하여 집중해서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어가 나오는 부분을 보자.

초학자들이 글을 지을 때는 경솔하게 기이함에 뜻을 붙여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충고한다. ‘근래 들어 젊은이들의 글은 절름대고 막히고 졸렬하고 껄끄러워 한 가지 볼 만한 점이 없다. 이는 모두 눈은 높은데 손이 낮다는 안고수비 네 글자에 연좌된 탓이다. ’ 蹇은 절 건. ‘매일 읽는 우리 옛글’이란 책에 인용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