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훼난파巢毁卵破 – 새집이 부서지면 알도 깨진다.
소훼난파(巢毁卵破) – 새집이 부서지면 알도 깨진다.
새집 소(巛/8) 헐 훼(殳/9) 알 란(卩/5) 깨뜨릴 파(石/5)
보호해 주던 울타리가 없어지면 그 안에서의 생활이 당연히 평안할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처마 끝의 새 보금자리가 훼손된다면(巢毁) 그 안에 있던 알도 안전 할 수 없이 깨진다(卵破). 국가나 사회에 불행이 닥치면 그 보호 아래서 생활하던 구성원들도 그것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럴 때 모두의 운명으로 감수하거나, 힘을 합쳐 그 난관을 이겨나가는 경우가 있는 반면 자기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는 各自圖生(각자도생)이 있겠다. 이 경우는 나무가 쓰러지면 그곳서 깃들여 살던 새가 날아간다는 樹倒鳥飛(수도조비), 원숭이도 흩어진다는 樹倒猢猻散(수도호손산)이란 말이 따로 있다.
엎어진 새집 밑에는 온전한 알이 없다는 覆巢無完卵(복소무완란)와 똑 같은 뜻의 이 성어는 중국 後漢(후한) 말기의 학자 孔融(공융, 153~208)과 그 자녀 이야기에서 나왔다. 孔子(공자)의 20세손이자 문필에 능하여 建安七子(건안칠자)의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공융은 마지막 14대 獻帝(헌제) 때 北海(북해)에서 벼슬을 하며 학교를 세우고 유학을 가르쳤다. 당시 세력을 떨치고 있던 曹操(조조)가 일찍이 황제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야심을 간파하고 공융이 여러 번 견제하며 멀리했다. 조조도 이런 공융에게 반감을 품고 벼르고 있었다.
뒷날 조조가 劉備(유비)와 孫權(손권)을 정벌하기 위해 50만 대군을 일으키자 공융이 이를 반대하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것을 듣게 된 조조가 화가 나 조정을 비방했다는 죄목으로 그를 체포하여 사형에 처하도록 했다. 공융이 잡혀가던 날 9세와 7세 된 자녀가 태연히 바둑을 두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이들이 아직 어려 큰 일이 닥칠 것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빨리 피신하라고 일렀다. 하지만 자녀들은 조금도 겁내지 않고 ‘새 둥지가 뒤집히는 판인데 어찌 알이 깨지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安有巢毁而卵不破乎/ 안유소훼이란불파호)’라며 바둑을 계속했다고 한다. 조조는 공융과 함께 자녀도 둘 수 없다고 생각하고 모두 처형했다. ‘後漢書(후한서)’ 공융전에 실려 전한다.
나라나 작은 집단이나 불행이 닥치지 않도록 모두 합심해야 한다. 공융의 자녀도 이렇게 지켜주던 부친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하는데 보호막이 걷혀지면 제 살길을 찾아 흩어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특히 정치이념으로 뭉친 정치권에서 상황이 변하면 제 이익을 찾아 離合集散(이합집산)하는 꼴불견은 최근에도 본 바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