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청정 강원도 인구가 는다?
◇ 코로나 청정 강원도 인구가 는다?
민원홍씨 가족은 2015년 경기도 용인시에서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으로 이사했다. 경기도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기계 설계 엔지니어로 한창 일하던 시절이었다. 바쁘게 살다 보니 초등학생 아들은 모르는 사이에 훌쩍 커버렸다. 더 늦기 전에 가족과 여유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강원도로 이주한 것이다. 현재 민씨는 ‘토종 다래’ 농사를 짓는다. 민씨는 “수입은 과거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가족이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모든 면에서 정말 만족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도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남한 최북단에 있는 강원도다. 통계청 월별 인구 동향에 따르면 강원도 인구는 2016년 155만1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했다. 올해 4월에는 153만8000여 명이었다. 하지만 5월부터 넉 달 연속 인구가 소폭 늘어나면서 8월에는 154만1000명을 기록했다. 강원도 18시군별로 보면 춘천·태백·철원·양구를 제외한 14시군이 올해 5월부터 7월 사이 인구가 조금이라도 늘어났다.
이 현상은 외지에서 강원도로 들어오는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 인구가 늘어나려면 자연 증가(출생자가 사망자보다 많음)나 사회 증가(전출자가 전입자보다 많음)가 일어나야 한다. 강원도는 사회 증가 덕분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강원도로 전입한 인구는 4만9192명이지만, 강원도를 빠져나간 인구는 4만8264명이다. 928명이 순유입해 인구 증가를 이끌었다.
외지인들이 강원도로 이주하는 이유로는 자연환경이 꼽힌다. 강원도 인구 담당 황삼 사무관은 “미세 먼지 걱정과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이 커지는 터라 피곤했던 도시 삶에서 벗어나겠다는 중장년층이 강원도로 이주하는 추세”라고 했다. 평창올림픽을 거치면서 원주, 강릉을 비롯해 횡성, 평창 등 강원도 주요 시군으로 KTX가 운행하는 등 교통 사정이 나아진 것도 강원도 인구 증가에 한몫했다.
이와 함께 인구 감소로 지역이 쇠락하는 것을 막으려는 지자체들의 노력도 어느 정도 빛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강원도는 인구 증가 정책의 하나로 강원도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에게 부모 소득과는 관계없이 4년 동안 월 30만원씩 총 1440만원을 지급한다. 속초시 인구 담당 김연설 주무관은 “속초뿐만 아니라 고성·양양·인제에 사는 군인들은 이전에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돌아갔지만, 수당을 주다 보니 ‘전입신고를 해서 강원도민이 될 수 있느냐’는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내 18시군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이 증가한 원주시는 공공 기관과 기업들이 옮겨 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2018년 9월 인구가 34만6000여 명이었는데, 2020년 9월에는 35만3000여 명으로 7000여 명 늘었다. 2013년 서울에서 원주로 옮겨 간 산림항공본부 천우성(35) 주무관은 “교통이 발달하면서 서울에서 1~2시간이면 갈 수 있고, 집값도 싸기 때문에 원주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