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 목요일

혁희음생赫曦陰生 - 밝고 뜨거운 햇살 이후 음기가 생기다.

혁희음생赫曦陰生 - 밝고 뜨거운 햇살 이후 음기가 생기다.

혁희음생(赫曦陰生) - 밝고 뜨거운 햇살 이후 음기가 생기다.

빛날 혁(赤/7) 햇빛 희(日/16) 그늘 음(阝/8) 날 생(生/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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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태양을 1년에 걸쳐 돌면서 위치에 따라 변화하는 四季(사계)를 세분하여 二十四節氣(이십사절기)를 만들었다. 立春(입춘), 雨水(우수)부터 小寒(소한), 大寒(대한)까지 24개로 나눈 것이 그것이다. 예부터 이에 맞춰 농사를 지었기에 일상에 영향이 컸고 중국에는 노동요로 節氣歌(절기가)까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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立夏(입하)부터 시작되는 여름을 예로 들면 이런 식이다. ‘여름은 까끄라기 가득하고 여름 더위 이어지네(夏滿芒夏暑相連/ 하만망하서상연).’ 小暑(소서), 大暑(대서)까지 이어진다는 뜻이다. 낮이 가장 길고 밤이 짧은 夏至(하지)는 여름 햇살이 가장 밝고 뜨거운데(赫曦) 이후부터 서서히 서늘한 기운이 생긴다(陰生)는 이 말은 영원한 것이 없다는 의미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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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를 노래한 시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唐(당)나라 시인 權德與(권덕여, 759~818)의 시구에서 나온 성어다. 그는 4세에 시를 짓고 15세에 산문 수백 편을 짓는 등 어려서부터 문사로 알려졌다. 그 재주를 듣고 12대 황제 德宗(덕종)의 부름을 받아 여러 관직을 거친 뒤 재상까지 지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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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하지를 맞아 지은 오언절구의 시 ‘夏至日作(하지일작)’은 ‘천체의 운행에는 머무름이 없다오(璿樞無停運/ 선추무정운)’로 시작한다. 구슬 선(璿)은 璇(선)으로도 쓰며 천문관측 기구인 渾天儀(혼천의)를 가리키기도 하고, 북두성의 두 번째 별을 나타내기도 한다. 지도리 추(樞)는 여기서 첫 번째 별인데 합쳐서 북두성을 중심한 천체를 의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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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세 번째 구에 성어가 나오는데 차례대로 보자. ‘사계절이 차례를 지켜 번갈아 드네(四序相錯行/ 사서상착행), 이글거리는 햇볕에 말을 하노니(寄言赫曦景/ 기언혁희경), 오늘부터 서늘한 기운 생겨난다네(今日一陰生/ 금일일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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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의 변화에 중심이 되는 북두성의 위치에 따라 천체 전체가 움직인다고 옛사람들은 봤다. 그래서 사계절이 반복적으로 교대한다는 뜻의 錯行(착행)으로 나타냈다. 더위가 절정인 하지 즈음의 이글거리는 풍경도 이제부터는 차츰 음기가 시작되는 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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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때부터 서늘한 음기를 생각하라는 계절의 변화는 비슷한 말이 많은 중에서 달도 차면 기운다는 月滿則虧(월만즉휴)가 세상 만물이 한 번 번성하면 쇠하기 마련이란 뜻을 잘 나타냈다. 높은 자리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들은 세상의 이치와는 달리 자신에게는 오래 갈 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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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의 열렬한 성원을 받고 들어선 정부가 얼마 안 가 인기가 시드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 것도 자기 세상이라며 오만을 부리다 민심과 멀어지기 때문이다. 物極必反(물극필반),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을 명심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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