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龍頭蛇尾 -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 처음은 왕성하나 끝이 부진한 현상.
용두사미(龍頭蛇尾) -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 처음은 왕성하나 끝이 부진한 현상.
용 룡(龍/0) 머리 두(頁/7) 긴뱀 사(虫/5) 꼬리 미(尸/4)
용의 머리가 뱀의 꼬리가 된다는 쉬운 비유로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상상의 동물 중 가장 으뜸인 용은 서양에선 악과 異敎(이교)를 상징해 퇴치의 대상이지만 동양에선 신성시된다. 용의 머리는 낙타駝, 뿔은 사슴鹿, 눈은 토끼兎를 닮는 등 모두 9가지 동물들과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그려진다.
큰 눈과 긴 수염을 가지고 불이나 독을 내뿜으면 혼비백산하지 않을 동물이 없다. 이런 용의 무서운 머리가 뱀의 가느다란 꼬리로 변한다는 비유는 아주 거창하게 떠들고 나왔지만 결말이 초라하게 되는 일의 따끔한 질책이다. 말만 앞세우고 결과가 따르지 못할 때 이 말을 많이 써서 담당자를 주눅 들게 한다.
이 쉬운 성어도 지난 雪上加霜(설상가상)과 같이 宋(송)나라 때의 불서 碧巖錄(벽암록)에 나오니 출전은 심오하다. 圜悟禪師(원오선사, 圜은 두를 환이지만 둥글 圓과 통용)가 완성한 이 책은 선승들의 대표적인 선문답이 수록돼 있다 한다. 龍興寺(용흥사)란 절에 이름난 陳尊宿(진존숙)이란 스님이 있었다. 학인이 와서 질문하면 바로바로 답을 해 주는데 어투가 날카로워 쩔쩔맸지만 사방에서 흠모해 가르침을 구하러 모여들었다.
한 젊은 승려가 찾아와 말을 주고받는데 갑자기 스님께 ‘할!’ 하고 고함을 친다. 喝은 꾸짖을 갈이지만 참선하는 사람을 인도할 때 질타하는 일종의 고함소리다. 陳尊宿이 깜짝 놀라 ‘내 그대에게 한 번 당했군.’ 하자 기고만장해져 다시 할! 하고 소리친다.
陳尊宿이 속으로 ‘젊은 승려가 제법 도를 닦은 것처럼 보이지만 깨치지는 못한(似則似 是則未是)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가 아닐까 의심스럽다(只恐龍頭蛇尾)’고 생각했다. ‘그대는 위세는 좋은데 이번에도 할! 하고 나면 다음 마무리는 어쩔 것인가?’ 하고 꾸짖으니 속셈을 드러내게 된 승려는 우물쭈물하며 뱀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