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3일 수요일

일부중휴一傅衆咻 - 한 스승이 가르치는데 여러 사람이 떠들다, 학습 환경이 좋지 않고 간섭

일부중휴一傅衆咻 - 한 스승이 가르치는데 여러 사람이 떠들다, 학습 환경이 좋지 않고 간섭이 많다.

일부중휴(一傅衆咻) - 한 스승이 가르치는데 여러 사람이 떠들다, 학습 환경이 좋지 않고 간섭이 많다.

한 일(一/0) 스승 부(亻/10) 무리 중(血/6) 떠들 휴(口/6)

사람에게 지식과 기술을 넘어 인격을 닦게 하는 교육은 그 환경이 중요하다고 숱한 말로 강조해왔다. 자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어머니의 가르침 賢母之敎(현모지교)는 孟母(맹모)의 三遷之敎(삼천지교), 斷機之敎(단기지교)가 대표한다. 검은 먹을 가까이 하면 近墨者黑(근묵자흑)으로 악에 물든다.

귤이 탱자가 되는 橘化爲枳(귤화위지)도 순식간이다. 蓬生麻中(봉생마중)으로 좋은 환경에 있으면 쑥도 쑥쑥 자란다. 이처럼 주변 환경에 따라 희고 검게 물드는 만큼 가르치는 사람에 의한 영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교육자의 열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교육을 잘 받게 하는 분위기 조성이 빠질 수 없다. 한 사람의 스승이 가르치는데(一傅) 옆에서 뭇사람들이 떠들면서(衆咻) 방해를 한다면 교육이 잘 될 수가 없다. 아무리 가르치더라도 성과가 없다는 뜻의 이 말은 ‘孟子(맹자)’에서 나왔다.

戰國時代(전국시대) 초기 宋(송)나라 임금은 仁政(인정)을 펼친다며 주변국에서 현자를 초빙하여 조언을 청했다. 맹자도 송나라를 방문하여 겪어보고 곧 실망했다. 대부 戴不勝(대불승)에게 송왕이 정치를 잘 하기를 원하는지 물어보고 그 방법을 일러준다. 滕文公(등문공, 滕은 물솟을 등) 하편에 있다.

먼저 맹자가 대불승에게 질문한다. 만약 楚(초)나라 대부가 그 아들에게 齊(제)나라 말을 배우고 싶은데 초나라 스승이 낫겠는지 제나라 사람이 낫겠는지 묻는다. 물론 제나라 스승을 청하겠다고 답하자 이어진다. ‘제나라 스승을 청해 가르침을 받더라도 주변의 사람이 모두 초나라 말로 지껄이면(一齊人傅之 衆楚人咻之/ 일제인부지 중초인휴지)’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제나라에 아이를 보내서 배우게 한다면 저절로 배울 것이라며 둘러싼 주변 사람이 문제라고 했다. 아무리 왕이 정치를 잘 하려 해도 현명한 신하가 한둘뿐이고 나머지가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백지와 같은 초학자의 머리에는 가르치는 대로 길이 그려진다. 이전에는 능력도 안 되면서 ‘나는 바담 풍(風)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하는 사람도 있었다지만 요즘은 교육계에 우수한 사람이 모여들어 열성적으로 가르친다. 가르치는데 차별이 없고 자질에 맞춰 교육을 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런데 입시 위주의 교육은 수시로 정책이 바뀌고 또 우수 학생을 가르치는데도 길을 막는다. 자질이 높고 열의가 높은데도 여기저기서 간섭만 하는 등 학습 환경이 좋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