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1일 일요일

분정항례分庭抗禮 - 손님을 마주 보고 대등하게 예의를 갖춰 대하다.

분정항례分庭抗禮 - 손님을 마주 보고 대등하게 예의를 갖춰 대하다.

분정항례(分庭抗禮) - 손님을 마주 보고 대등하게 예의를 갖춰 대하다.

나눌 분(刀/2) 뜰 정(广/7) 겨룰 항(扌/4) 예도 례(示/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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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손님이 방문했을 때 불청객이 아닌 한 격식을 갖춰 공손히 접대하는 것은 기본이다. 신발을 거꾸로 신고 반갑게 맞이했다는 倒屣迎客(도사영객)이나 식사 중에도 열 번이나 일어났다는 一饋十起(일궤십기, 饋는 먹일 궤) 등의 환대는 자기를 도와 줄 귀한 손님이 왔을 때다. 그렇지 않다고 해서 자신은 높은 자리서 맞으며 손님을 아래에 앉게 한다면 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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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맞으며 대등하게 예의를 지킨다는 성어로 뜰에 마련한 자리를 나눠(分庭) 대등하게 예의를 갖춘다(抗禮)는 것이 있다. 남북으로 나뉜 집안 정원에서 주인은 동쪽, 손님은 서쪽을 이용하는 데서 나왔다고 한다. 分庭伉禮(분정항례, 伉은 짝 항)로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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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子(공자)의 제자 子路(자로)와 子貢(자공)이 성어와 관련, 대조적으로 나와 흥미롭다. 먼저 무뢰한 출신으로 성격이 강직한 자로가 스승을 하대한 어부에게 분개하는 장면이 ‘莊子(장자)’에 나온다. 공자가 식견이 매우 높은 한 어부를 만나 공손하게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노를 저어 떠나자 자로가 불만에 찬 소리로 여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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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승의 군주나 천승의 제후라도 스승님을 만날 때에는(萬乘之主 千乘之君 見夫子/ 만승지주 천승지군 견부자), 뜰의 반쪽을 차지하고 대등한 예를 갖췄는데(未嘗不分庭抗禮/ 미상불분정항례)’ 보잘것없는 어부에겐 지나쳤다고 했다. 공자는 자로가 현자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꾸짖었다. 漁夫(어부)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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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門十哲(공문십철) 중 언어의 자공은 그만큼 말재간이 좋은데다 이재에도 밝았다. ‘史記(사기)’의 貨食(화식) 열전과 ‘漢書(한서)’의 貨殖傳(화식전)에 같이 등장할 만큼 공자의 유교가 후세까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물심양면으로 자공의 기여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자공은 재력을 바탕으로 사두마차에 비단 선물을 가득 싣고 제후들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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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어의 부분을 보자. ‘그가 이르는 곳마다 군주제후를 불문하고, 뜰 양쪽으로 내려서서 예를 표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所至 國君無不分庭與之抗禮/ 소지 국군무불분정여지항례).’ 공자의 이름이 천하에 알려지게 된 것은 자공의 이러한 재력이 중요한 구실을 했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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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주는 중요한 손님은 물론, 장사나 공연에 온 고객 등도 귀하게 대접해야 마땅하다. 손님을 환영하는 집은 망하지 않는다거나 손님을 후대하는 사람은 신을 잘 섬기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떠난 뒤에 뉘우친다(不接賓客去後悔/ 부접빈객거후회)’고 朱子(주자)는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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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인의 대접을 잘 받았으면 손님도 체면을 잘 차려야 한다. 客反爲主(객반위주)라 하여 나그네가 도리어 주인 노릇한다면 꼴불견을 넘어 쫓겨나도 할 말 없다. 조그만 도움을 준다고 이것저것 요구하는 갑질 손님은 대등한 예의를 모르는 사람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