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발견묘薦拔畎畝 - 농사짓는 사람 중에서 유능한 사람을 추천하다, 묻힌 인재를 찾아 등용하다.
천발견묘(薦拔畎畝) - 농사짓는 사람 중에서 유능한 사람을 추천하다, 묻힌 인재를 찾아 등용하다.
천거할 천(艹/13) 뽑을 발(扌/5) 밭도랑 견(田/4) 이랑 무, 묘(田/5)
어떤 조직이 뻗어 나가려면 수장만 뛰어나서는 안 된다. 조직원이 튼튼히 뒷받침돼야 발전한다. 훌륭한 인재를 발탁하기 위해 숱한 성어가 남은 것도 그만큼 인사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손님이 찾으면 식사 중이라도 열 번이나 일어난 一饋十起(일궤십기)의 禹王(우왕), 吐哺握髮(토포악발)의 周公(주공), 초옥을 세 번이나 찾아가 맞은 三顧草廬(삼고초려)의 劉備(유비) 등은 인재 초빙에 자주 인용된다.
초야에 묻힌 사람의 등용은 성벽을 쌓고 소를 키우다 중책을 맡게 된 傅說(부열)과 寗戚(영척)의 고사 版築飯牛(판축반우)가 있다. 또 밭고랑과 이랑(畎畝) 사이에서 농사짓고 있는 숨은 인재를 발탁하자(薦拔)고 한 좋은 말이 더 있다.
‘견무’라고도 읽는 밭고랑과 이랑 畎畝(견묘)가 농사의 대명사가 된 것은 孟子(맹자)에서 먼저 볼 수 있다. 중국 태고의 舜(순)임금이 堯(요)임금에 발탁될 때를 소개한 告子(고자) 하편에서다. ‘순임금은 밭에서 농사짓다 기용되었고, 부열은 성을 쌓다가 등용되었다(舜發於畎畝之中 傅說擧於版築之閒/ 순발어견묘지중 부열거어판축지한)’고 한 부분이다.
순임금은 악독한 계모에게도 효성을 다했는데 歷山(역산)이란 곳에서 농사짓다 선양받고 왕위에 오른 것을 가리켰다. 순임금은 널리 알려진 후 발탁된 경우지만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 중에서 숨은 인재를 널리 찾아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 사람은 조선 실학자 李瀷(이익, 1681~1763)이다.
호가 星湖(성호)인 그의 대표적 저술 ‘星湖僿說(성호사설, 僿는 잘게부술 사)’에서 사회개혁에 대한 폭넓은 주장을 한 人事門(인사문)에 실려 있다. 널리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는 薦拔畎畝(천발견묘)편을 따로 두었다.
높은 사람들은 지식이 많아 알 수 있다지만 ‘염소로 밭을 갈고 쌀을 심으면 싹이 난다(駕羊耕菑 種米生苗/ 가양경치 종미생묘)’고 할 정도로 백성들의 고통은 모른다고 질타한다. 그래서 파벌과 지위에 따라 등용하는 것을 깨뜨리고 ‘몸소 농사의 고통을 아는 자 가운데 재능과 덕망 있는 자(躬知稼穡艱難者 得以材徳/ 궁지가색간난자 득이재덕)’를 가려 중책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穡은 거둘 색.
밭이랑 사이서 고생하는 사람 중 실제 인재를 찾으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백성들의 실생활과 고통을 잘 아는 사람이라야 좋은 정책을 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좋다. 여러 방면에서 인재를 찾는데 이론만 아는 것보다 실무에 밝은 사람이 난관을 헤쳐 나가는데 적임일 것은 물론이다.
한 때 우리 공직자들의 인사원칙으로 현장을 아는 사람 중에서 재능과 덕망 있는 인재를 고른다고 내세운 적이 있다. 그런데 갈수록 원칙은 허물어지고 같은 진영의 사람들만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는 인사는 늘어난다. 성호선생이 통탄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