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6일 수요일

설선단겸薛宣斷縑 - 설선이 비단을 끊다, 잘잘못을 명확히 하다.

설선단겸薛宣斷縑 - 설선이 비단을 끊다, 잘잘못을 명확히 하다.

설선단겸(薛宣斷縑) - 설선이 비단을 끊다, 잘잘못을 명확히 하다.

성 설(艹/13) 베풀 선(宀/6) 끊을 단(斤/14) 합사비단 겸(糸/10)

사람이 모여 살다보면 다툼이 생기고 재판까지 가는 訟事(송사)가 생긴다. 誓死不二(서사불이)같이 추상같이 규정대로만 판결하면 억울함이 덜 하겠지만 ‘한편 말만 듣고 송사 못 한다’는 말대로 시비 가리기는 어렵다. 모두 자기만 옳고 재판에 이기기 위해 거짓과 모략까지 동원하니 말이다. 간혹 명판결과 명판관 이야기도 따른다. 孔子(공자)는 제자 子路(자로)를 몇 마디 말로써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이라며 片言折獄(편언절옥)이라 했다. 이스라엘의 솔로몬(Solomon)은 한 아이를 두고 두 여자가 서로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송사를 명쾌히 해결해 지혜의 왕이 되었다.

중국에서 어려운 송사를 슬기롭게 해결한 재판 기록집 중에 宋(송)나라 鄭克(정극)이 편찬한 ‘折獄龜鑑(절옥귀감)’이 있다. 고대부터의 주요사건을 망라하고 있다. 절옥은 역적이나 살인범 등의 중범죄를 다스려 처리하던 일을 가리킨다. 薛宣(설선)이란 사람이 비단을 끊었다(斷縑)는 사건도 그 중 하나이다. 五代(오대) 때 和凝(화응) 부자가 엮은 ‘疑獄集(의옥집)’에도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斷縑追聽(단겸추청)이란 제목이다. 비단을 끊어 범인을 잡은 이야기를 보자.

前漢(전한)시대 설선이 태수로 있던 臨淮(임회)란 곳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사람이 비단을 팔기 위해 장으로 가던 중 소낙비를 만났다. 근처 인가가 없어 비단을 펼쳐 비를 피했다. 한 사나이가 흠뻑 젖은 채 같이 피하자고 애걸하여 허락했다. 비가 개어 갈 길을 떠날 때 시비가 벌어졌다. 비를 피하게 해 준 사나이가 비단이 자기 것이라며 우겼다. 할 수 없이 비단 장수는 태수를 찾아갔다. 설선은 ‘아전을 불러 비단을 반으로 자르게 한 뒤 미행하게 해 이야기를 듣게 했다(呼騎吏中斷縑 人各與半 使追聽之/ 호기리중단겸 인각여반 사추청지)’. 비단 장수는 반을 뺏겨 불만을 늘어놓았고 사나이는 싱글벙글했다. 설선은 사나이를 잡아 족쳐 범행을 자백 받았다.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까 내 봇짐 내라 한다’는 속담과 같이 이 사나이는 뻔뻔한 거짓말을 했다. 어느 편이 명백한 잘못이 있을 때도 이처럼 시비가 커지는데 대부분의 사건은 잘잘못이 아리송하고 뒤엉킨 경우가 많다. 억울한 일이 없도록 가려주는 현명한 판관이 많아야 정의사회가 실현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