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4일 목요일

동족방뇨凍足放尿 - 언 발에 오줌 누기, 일시적인 효과뿐 결과는 더 나쁘게 됨

동족방뇨凍足放尿 - 언 발에 오줌 누기, 일시적인 효과뿐 결과는 더 나쁘게 됨

동족방뇨(凍足放尿) - 언 발에 오줌 누기, 일시적인 효과뿐 결과는 더 나쁘게 됨

얼 동(冫/8) 발 족(足/0) 놓을 방(攵/4) 오줌 뇨(尸/4)

어떤 일을 처리하다 난관에 부딪치거나 잘못이 발견됐을 때 근본적인 처방을 미루고 땜질을 한다. 당장에 편한 것을 찾는 것은 인지상정인데 이것이 바로 彌縫策(미봉책)이다. 일시적인 효력이 나타나 임기응변의 재주로 우쭐하더라도 다음에 같은 잘못으로 더 악화돼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것을 잘 나타낸 속담이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추위로 꽁꽁 언 발(凍足)에 오줌으로 녹여(放尿) 잠시 따스한 효과는 보았더라도 그 물기까지 더 얼어붙는다. 우리 속담을 한역한 ‘旬五志(순오지)’에 나오는데 趙在三(조재삼)의 ‘松南雜識(송남잡지)’에는 凍足放溺(동족방뇨, 溺은 빠질 닉, 오줌 뇨)로 되어 있다.

유학 오경의 禮記(예기)에 나오는 姑息之計(고식지계)는 아녀자나 어린아이가 꾸미는 것과 같이 구차하고 편안한 것만을 찾는 소인배의 행동이라 했다. 어떤 상황을 돌파하는데 지혜와 재치가 필요하지만 안목이 좁아 판단을 그르치면 해결하기가 더 어렵게 된다.

범을 보고 창구멍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질겁하여 ‘호랑이 보고 창구멍 막기’라는 속담은 급한 나머지 서두르는 어리석은 행동을 나타냈다. ‘우물 옆에서 목말라 죽는다’는 말과 같이 어떤 일에 당하여 도무지 융통성이 없고 처신할 줄 모르는 답답함을 가리킨다.

어려운 일을 당했으면 지레 포기하는 束手無策(속수무책)보다 난관을 뚫을 묘책을 써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임시변통이 필요하다. 여기에 연상되는 것이 逢場作戱(봉장작희)라는 불가의 禪語(선어)다. 옛날 광대나 예인들은 길을 가다가 적당한 장소를 만나면 어디서든 공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구경꾼들이 적거나, 장소가 썩 내키지 않더라도 구애를 받지 않고 상황에 닥치면 놀이를 벌이는 것이다. 대본을 가지고 연희하기보다 즉흥적인 대처를 높이 평가하는 말이기는 해도 그 방법이 다음에도 통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마찬가지다.

어떤 대책을 썼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효과를 봤다고 계속 이어지지는 않는다. ‘노루 때린 막대기 세 번이나 국 끓여 먹는다’는 말이 있다. 조금이라도 이용 가치가 있을까 하여 보잘것없는 것을 두고두고 되풀이하여 이용함을 비유한다. 지난날의 구태의연한 방법들을 상황이 변했는데도 무조건 적용한다면 어리석기 짝이 없다.\xa0/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