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0일 일요일

하갈동구夏葛冬裘 – 여름의 베옷과 겨울의 가죽옷, 격에 잘 어울리는 일이나 행동

하갈동구夏葛冬裘 – 여름의 베옷과 겨울의 가죽옷, 격에 잘 어울리는 일이나 행동

하갈동구(夏葛冬裘) – 여름의 베옷과 겨울의 가죽옷, 격에 잘 어울리는 일이나 행동

여름 하(夊/7) 칡 갈(艹/9) 겨울 동(冫/3) 갖옷 구(衣/7)

만약 여름에 화로를 갖다 주거나 겨울에 부채를 선물한다면 그것이 아무리 값진 물품이라 해도 고마워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정성이 담긴 선물이라 하더라도 시기에 맞지 않거나 격에 어울리지 않으면 주고도 욕을 먹기 마련이다. 바로 夏爐冬扇(하로동선)이 말하는 것으로 쓸모없는 물건이 된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는데 둥글부채를 준다는 秋風團扇(추풍단선)도 마찬가지다. 반면 여름철에 부채를, 겨울철에 다음 해의 책력을 선물한다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받는 사람을 흡족하게 여기도록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마찬가지로 여름에 서늘한 베옷(夏葛)이나 겨울철에 따뜻한 가죽옷(冬裘)을 말하는 이 성어도 철에 맞고 격에도 잘 어울리는 일이나 행동을 뜻한다.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에서도 우뚝한 唐(당)나라의 문장가 韓愈(한유, 68~824)는 친구 사이인 柳宗元(유종원)과 함께 古文(고문) 운동을 전개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문운동은 도교와 불교를 배척하고 유가 성인의 도를 담은 글을 사용해야 하나다는 것으로 산문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고문운동의 정수를 담았다는 글이 한유의 ‘原道(원도)’인데 여기에 이 성어가 등장한다.

부분을 보자. 널리 사랑하는 것을 인이라 하고 이치에 맞는 것을 의라 하며 따라야만 하는 것을 도라 한다면서 이어진다. ‘황제와 왕은 그 호칭은 다르지만 그들이 성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帝之與王 其號名殊 其所以爲聖一也/ 제지여왕 기호명수 기소이위성일야). 여름엔 칡베 옷을 입고 겨울엔 털가죽 옷을 입으며 목마르면 물마시고 배고프면 먹는 것이 그 일은 다르다 해도 지혜로움은 똑 같다(夏葛而冬裘 渴飮而飢食 其事雖殊 其所以爲智一也/ 하갈이동구 갈음이기식 기사수수 기소이위지일야).’ 이 글은 道(도)가 도교나 불교의 도에 의하여 어지럽혀져 있으므로 인의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한 도의의 본원을 논한 것이라 해석한다.

아무리 귀중품을 선물로 준다고 해도 격에 맞지 않거나 사용할 데가 없는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왕이나 백성이나 베옷과 가죽옷은 필요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음식은 필요하다. 때에 맞춰 합당한 곳을 찾아 국민들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것은 위정자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