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8일 월요일

홍주우심紅珠牛心 - 붉은 구슬과 소의 심장, 홍시의 다른 이름

홍주우심紅珠牛心 - 붉은 구슬과 소의 심장, 홍시의 다른 이름

홍주우심(紅珠牛心) - 붉은 구슬과 소의 심장, 홍시의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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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을 홍(糸/3) 구슬 주(玉/6) 소 우(牛/0) 마음 심(心/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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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렁하게 잘 익은 감 紅柿(홍시)는 부드럽다고 軟柿(연시), 연감이라고도 부른다. 빨갛게 익어 떫은맛이 가고 말랑말랑하니 노인들이 좋아하는 과일이 됐다. 소화 기능을 좋아지게 하고 심장과 폐에 좋다고 하니 더 그렇다. 붉은 구슬(紅珠) 같고 소의 심장(牛心) 같다는 이 성어는 홍시를 달리 이르는 말이다. 홍주만 따로 떼어 석류나 수박을 표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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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심장까지 함께 나타내 홍시를 말한 곳은 조선 宣祖(선조) 때의 許浚(허준, 1539~1615)이 쓴 ‘東醫寶鑑(동의보감)’에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기도 한 동양 최고의 의서인 이 책 湯液編(탕액편)에 감에 대해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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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 일곱 가지 좋은 점이 있는데 나무가 오래 살고 그늘이 많으며 새가 둥지를 틀지 않고 벌레가 없다. 또 단풍이 좋고 과실이 아름다우며 낙엽도 풍부하다. 그러면서 이어진다. ‘감은 붉은 과실이라 우심홍주라 부른다. 볕에 말리면 백시, 불에 말리면 오시라 한다(柿朱果也 故有牛心紅珠之稱 日乾者名白柿 火乾者名烏柿/ 시주과야 고유우심홍주지칭 일건자명백시 화건자명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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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문장가들이 홍시를 표현한 두 가지만 더 보자. 高麗(고려) 때의 李奎報(이규보)는 ‘맛이 꿀이나 엿 또는 젖과 같아, 우는 아이도 웃길 수 있네(味如飴蜜還如乳 解止兒啼作笑媒/ 미여이밀환여유 해지아제작소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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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徐居正(서거정)은 ‘맛은 벌꿀 위에 오를 만하고, 향기는 감귤의 중간 쯤이라, 폐의 갈증 사라짐을 문득 깨닫고, 따라서 두풍이 치유됨을 알겠네(味居蜂蜜上 香到盧橘中 頓覺肺消渴 從知頭愈風/ 미거봉밀상 향도로귤중 돈각폐소갈 종지두유풍)’라 예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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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읊은 것 외에 홍시를 보면 효심을 불러일으키는 듯 부모님을 생각하는 시가가 많다. 유명한 선조때의 朴仁老(박인로)는 ‘반중 조홍 감이 고와도 보이는데/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길 이 없을 새 글로 설워하노라’라는 시조 早紅柿歌(조홍시가)가 대표적이다. 풍운의 가수 나훈아도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고 절절히 노래했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