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박빙如履薄氷 - 살얼음 밟듯이 아슬아슬하다.
여리박빙(如履薄氷) - 살얼음 밟듯이 아슬아슬하다.
같을 여(女/3) 밟을 리(尸/11) 엷을 박(艹/13) 얼음 빙(水/1)
사람은 살아가면서 원하지 않아도 위험과 맞닥뜨린다. 미리 알고 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조들은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숱한 금언을 남겼다. 바람 앞으로 등잔을 갖다놓지 않아야겠고(風前燈火/ 풍전등화), 한 가닥의 머리칼로 무거운 물건을 매달아서는(一髮千鈞/ 일발천균) 단번에 떨어지니 피해야 한다.
‘세 살 난 아이 물가에 놓은 것 같다’는 속담은 바라보는 부모가 속이 타니 안전한 곳으로 데려갈 일이다. 마찬가지로 초겨울 살짝 언 살얼음(薄氷)을 겁 없이 밟는 것(如履)과 같다는 이 성어도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일을 피하라고 비유적으로 말할 때 많이 사용된다. 줄여서 履氷(이빙)이라고도 한다.
앞서 매사가 두려워 겁을 먹고 벌벌 떨며 조심한다는 戰戰兢兢(전전긍긍)을 소개했는데 이 말도 함께 동양 최고의 시집이라 하는 ‘詩經(시경)’에서 유래한다. 小雅(소아)편 小旻(소민)의 마지막 6연에 나오는 내용을 다시 보자. ‘두려워 벌벌 떨며 삼가는데, 마치 깊은 연못을 건너는 듯하네, 마치 엷은 얼음 위를 걷는 듯하네(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 전전긍긍 여림심연 여리박빙).’ 周(주)나라 말기의 학정에 살아가려면 깊은 연못가에 있는 것처럼, 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불안에 떨며 조심한다는 이야기다.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여 피해야 한다는 말이 한꺼번에 3개가 연결되어 특이하다.
‘論語(논어)’ 泰伯(태백)편에는 공자의 문인 가운데 효행으로 으뜸가는 曾子(증자)가 병이 깊어지자 제자들을 불러 한 말에 그대로 인용했다. 자신의 손과 발이 손상된 곳이 없는지 펴 보이게 하면서 말한다. ‘시경에 두려워하고 삼가기를 못가에 서 있듯 하고, 얇은 얼음을 밟듯 하라 했는데 이제야 그런 걱정을 면하게 되었구나(詩云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 而今而後 吾知免夫/ 시운 전전긍긍 여림심연 여리박빙 이금이후 오지면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신체를 훼손할까 두려워하던 근심에서 벗어났다고 그제야 안심하는 것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