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견유부黃絹幼婦 - 절묘하다란 뜻의 은어
황견유부(黃絹幼婦) - 절묘하다란 뜻의 은어
누를 황(黃/0) 비단 견(糸/7) 어릴 유(幺/2) 며느리 부(女/8)
破字(파자)를 말할 때 丁口竹天(정구죽천)이 풀어 쓴 可笑(가소)를 뜻한다고 한 적이 있다. 실제 웃을 笑(소)자를 나누면 竹夭(죽요)가 되지만 쉽게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 이해된다. 이런 간단한 문제가 아닌 정말 어려운 파자가 있다. 누런 비단(黃絹)과 어린 며느리(幼婦)라 도무지 알쏭달쏭한 이 성어가 아마 가장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한다. 뜻을 풀어서 그것을 다시 조합하여 글자를 맞추는 파자의 고차방정식이라 할 만하다.
‘世說新語(세설신어)’란 일화집이 있다. 南朝(남조) 宋(송)나라의 문학가 劉義慶(유의경)이 쓴 책인데 깨달음이 빠르다는 뜻의 捷悟(첩오)편에 전한다. 後漢(후한) 때에 曹娥(조아)라는 열네 살 난 소녀가 있었는데 강물에 빠진 아버지의 시신을 찾으려다 끝내 찾지 못하자 자신도 빠져 죽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조아의 효성을 기려 비석을 세우고 邯鄲淳(한단순, 邯은 조나라서울 한, 鄲은 한단 단)이란 열세 살 소년에게 비문을 짓게 했다. 글재간이 얼마나 좋았던지 문인 서예가로 유명했던 蔡邕(채옹)이 찾아가 감탄하면서 비석 뒤에 ‘黃絹幼婦 外孫韲臼(황견유부 외손제구, 韲는 양념할 제, 臼는 절구 구)’라고 새겨 놓았다. 당시 사람들은 아무도 그 뜻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 후 曹操(조조)가 비서격인 楊修(양수)와 함께 이 부근을 지나다 조아비의 소문을 듣고 찾아가 뜻을 알겠느냐고 물었다. 양수가 안다고 하자 조조도 30리쯤 지나며 생각을 하여 답을 맞춰보니 이러했다. ‘황견은 색(色)이 있는 실(絲)이니 絶(절)이 되고, 유부는 어린(少) 여자(女)이니 妙(묘)가 된다. 외손은 딸(女)의 아들(子)이니 好(호)가 되고, 虀臼(제구)는 매운 것(辛)을 담아(受) 빻는 절구(臼)이니 辭(사)가 되어, 이를 합치면 絶妙好辭(절묘호사, 절묘하게 훌륭한 글)라는 말입니다.’
양수는 이미 알았고 조조가 30리 걸으며 생각한 것도 대단한데 그래도 有智無智 校三十里(유지무지 교삼십리)란 말이 전하는 것을 보면 지혜가 있는 사람과 지혜가 없는 사람의 차이가 심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파자가 글자 수수께끼라 생각해도 어렵기만 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