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족장 김병만이 살아남는 법
◇ 족장 김병만이 살아남는 법
396명. 지난 2011년 첫 방송부터 현재까지 ‘정글의 법칙’에 다녀간 유명인·연예인의 수다. 하지만 이들이 전부 이 바닥에서 살아남은 것은 아니다. 방송이라는 적자생존(適者生存) 정글에 적응한 자는 살아남았고, 그렇지 못한 자는 사라졌다. 그 10년간 한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한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곁에서 오래 지켜본 족장 김병만이다.
그는 정글을 지배하는 육지의 맹수라기보단 홀로 바다를 떠다니는 거북과 닮았다(그가 쓴 책 제목이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이다). 스튜디오라는 육지에서는 느렸지만 서바이벌쇼라는 바다에서는 누구보다 빨랐다. 100마리 중 단 몇 마리만 포식자들로부터 살아남아 성체가 되는 고단한 거북의 삶을 연예대상 2회 수상으로 증명해냈다. 대체할 만한 사람이 없으니 멸종위기종 푸른바다거북 같기도 하고, 스카이다이빙 추락 사고에도 벌떡 일어나는 걸 보면 100년 넘게 사는 장수거북 같기도 하다.
옆에서 지켜본 그는 항상 제작진의 필요조건을 충족시켜주는 MC였다. ‘정글의 법칙’ 시작 후 프로그램에 필요한 스카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 프리다이빙 등 각종 자격증을 땄다.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배우며 리더십과 이름값만으로는 불충분한 족장의 가치를 시간과 노력으로 채웠다. 그는 어느새 제작진의 충분조건이 되었고, 그 결과물은 시청자에게 필요충분조건으로 전달되어 높은 시청률로 이어졌다.
몇 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당신은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 극 중 유연석의 질문에 한석규가 답한다. “필요한 의사. 나는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2018년 예능 최초로 남극에 다녀왔을 당시 모든 팀원들과 돌아가며 롤링페이퍼를 썼는데, 김병만은 내게 이런 글을 남겼다. “필요한 형이 될게.”
얼마 전 연예인 중 최초로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도 땄다. 바다거북이 하늘까지 정복한 셈이다. 개그콘서트 ‘생활의 달인’에서 늘 “16년간 ○○을 해온 달인 김병만”이라고 했다. 올해 데뷔 20년 차를 맞은 그는 그토록 얘기하던 16년을 이미 넘어섰고, 4년을 더 버텼다. 생존 달인의 장수는 현재 진행형이다.
-조선일보 김진호PD의 방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