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1일 일요일

망언망청妄言妄聽 - 되는대로 말하고 아무렇게나 듣는다.

망언망청妄言妄聽 - 되는대로 말하고 아무렇게나 듣는다.

망언망청(妄言妄聽) - 되는대로 말하고 아무렇게나 듣는다.

망령될 망(女/3) 말씀 언(言/0) 망령될 망(女/3) 들을 청(耳/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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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亡(망)이란 글자는 부러진 칼을 뜻했다고 한다. 전장에서 칼이 부러지면 도망가거나 죽을 수밖에 없어 ‘망하다‘는 의미가 생겼다. 여기서 마음이 도망가면 잊을 忘(망)이 되고 시력이 도망가면 눈멀 盲(맹)이 된다. 그런데 망령될 妄(망)에 여자(女/ 녀)가 들어 평등시대에 불만이 많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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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權(부권)이 강했던 고대 중국에서 여자가 그릇된 생각이나 행동을 한다고 생각한 데서 만들어졌단다. 늙거나 정신이 희미해져 사리에 맞지 않게 말하는 妄靈(망령)은 말이 도망간 ’노둔할 吂(망)‘이 따로 있는데 억울할 만하다. 어떻든 사리에 맞지 않고 제멋대로 주저리주저리 하는 妄言(망언)에 진지한 말이라도 진지하게 듣지 않는 妄聽(망청)이면 격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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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家(도가)의 대표 저작인 莊周(장주)의 ‘莊子(장자)’에서 유래한 성어다. 난해한 구절이 많기로 이름난 齊物論(제물론)편에서 한 측면만을 본 진리는 있을 수 없다며 지식과 논쟁을 부정한다. 孔子(공자)의 제자라고도 하는 가공인물 瞿鵲子(구작자)와 長梧子(장오자)의 문답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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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게서 들었다며 구작자가 묻는다. 성인은 세상의 일에 종사하지 않고, 이해관계도 초월하며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한 것으로 여겨 세속 밖에서 노닌다고 하는데 선생님은 허튼소리라 하고 자신은 도를 실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장오자의 의견이 어떠한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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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오자는 道敎(도교)의 시조 黃帝(황제)도 이해하지 못할 일인데 어찌 알겠느냐며 탄환을 보고서 새 구이를 바라는(見彈求炙/ 견탄구자) 만큼 서두르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말한다. ‘내가 생각나는 대로 말해볼 테니(予嘗爲汝妄言之/ 여상위여망언지), 그대도 되는대로 들으시오(汝以妄聽之奚/ 여이망청지해).’ 이어지는 설명은 되는 대로가 아닌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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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사람은 옳고 그름을 따지고 잘잘못을 가리는데 성인은 우둔하여 만년의 세월을 한순간으로 생각한다며 공자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도 儒家(유가)에 대해 꼬집는데 임금이니 신하니 하는 생각으로 굳어져 있어 꿈을 꾸는 것조차 모를 것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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劉安(유안)의 ‘淮南子(회남자)’엔 입과 귀만 대충 말하고 듣는 것이 아니고 눈도 조심하라고 더 좋은 말이 나온다. ‘눈으로 아무 것이나 본다면 음심이 생기고(目妄視則淫/ 목망시즉음), 귀로 아무 것이나 들으면 미혹에 빠지며(耳妄聽則惑/ 이망청즉혹), 입으로 마구 지껄이면 화를 입는다(口妄言則亂/ 구망언즉난).’ 主術訓(주술훈)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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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할 때나 들을 때는 진의가 전달되도록 진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없는 사실을 억지 주장하여 상대방의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은 오래도록 상처가 된다. 개인 간에도 그러한데 특히 정치권에선 조심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