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중지추囊中之錐 – 주머니 속의 송곳, 재주는 저절로 드러난다.
낭중지추(囊中之錐) – 주머니 속의 송곳, 재주는 저절로 드러난다.
주머니 낭(口/19) 가운데 중(丨/3) 갈 지(丿/3) 송곳 추(金/8)
송곳은 자루에 있어도 뾰족한 부분이 밖으로 삐져나와 위치를 알린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아무리 자신의 재주를 숨기려 해도 주변에서 먼저 알아본다는 성어로 脫穎而出(탈영이출, 穎은 이삭 영)이 있다. 선하거나 악한 일은 숨겨지지 않고 자연히 드러난다는 뜻으로 ‘주머니에 들어간 송곳이라‘, ’자루 속의 송곳‘ 등의 속담을 자주 쓴다. 이것을 한역한 듯이 똑 같은 이 성어가 앞의 脫穎而出과 함께 ’史記(사기)‘에 이야기가 나와 역사가 오래 됐다. 줄여서 錐囊(추낭)이라고도 하고 錐處囊中(추처낭중)으로 써도 같다.
戰國時代(전국시대) 趙(조)나라에 毛遂(모수)라는 사람이 있었다. 당시의 귀족들은 수천 명의 식객을 거느리고 왕 못지않게 세력을 떨치고 있었다. 모수는 조나라에서 사공자에 들어가는 平原君(평원군) 밑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는데 3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었다. 秦(진)나라가 조나라의 서울 邯鄲(한단)을 공격해오자 조나라왕은 동생인 평원군에게 楚(초)나라로 가서 구원을 청하도록 했다. 평원군은 식객 가운데 문무를 겸비한 20명을 골라 함께 가기로 했는데 19명까지 고른 뒤에는 더 이상 적당한 사람이 없었다. 이 때 모수가 자신이 가겠다고 나섰다. 毛遂自薦(모수자천)이 여기서 나왔다.
평원군은 모수가 3년이나 있었다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라 반대했다. ‘현명한 사람이 세상에 처해 있는 것은 비유하자면 송곳이 주머니 속에 있는 것과 같아서 그 끝이 튀어나온다고 했소(夫賢士之處世也 譬若錐之處囊中 其末立見/ 부현사지처세야 비약추지처낭중 기말입견).’ 모수는 물러설 사람이 아니었다. 만약 일찍 주머니에 넣어주기만 했더라면 송곳 끝이 아니라 자루까지 나왔을 것이라 주장했다. 평원군은 마지못해 모수를 일행에 합류시켰다. 초왕과 협상이 지지부진할 때 모수가 비수를 들고 당당한 언변을 펼쳐 마침내 합종을 성사시켰다. 평원군은 후일 백만의 군대보다 모수의 혀가 강했다며 상객으로 삼았다. 平原君虞卿列傳(평원군우경열전)에 실려 있다.
모수처럼 재주도 있는 사람이 스스로 어려운 일을 맡는다면 윗사람의 일은 술술 풀린다. 제가 잘 났다고 스스로 나서는 사람이 일을 맡았을 때 망치는 경우는 숱하다. 재주가 있으면서도 드러내지 않고 사양하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므로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생겼겠다. 편을 고르지 않고 三顧草廬(삼고초려)하는 정신이 물론 앞서야 한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