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連理枝 - 두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 하나 된 나무,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
연리지(連理枝) - 두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 하나 된 나무,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
이을 련(辶/7) 다스릴 리(玉/7) 가지 지(木/4)
두 나무가 뿌리는 각각이지만 가지가 서로 맞닿아 결이 통한 것이 連理枝(연리지)다. 이는 종종 볼 수 있다. 比翼鳥(비익조)라는 새는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못하면 날지 못한다. 실제는 물론 없고 전설상의 새다. 이들 각각이 화목한 부부나 떨어지지 않는 남녀 사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합쳐서 比翼連理(비익연리)라고도 한다. 부부는 二身同體(이신동체)라고 한 말과 잘 들어맞는 말이기도 하다. 살다보면 싸우는 일이 있어도 ‘내외간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대로 지나고 나면 합쳐진다. 역시 화합을 말할 때 쓴다.
가지가 잇닿은 나무가 짙은 부부애를 비유하는 말이 되기 전에는 효성이 지극한 것을 가리켰다고 한다. 중국 後漢(후한)때 蔡邕(채옹, 132~192)이란 학자는 문장에 뛰어난 문인이기도 했다. 성품이 독실하고 효성이 지극하여 병을 앓는 노모를 간병하기 위해 삼년 동안 옷 한 번 갈아입지 않을 정도였다. 모친이 돌아가시자 초막을 지어 온갖 예를 다했다. 그 후 채옹의 초막 앞에 ‘두 그루의 나무가 나서 점점 가지가 붙어 한 그루가 되었는데 원근의 사람들이 기이해하며(又木生連理 遠近奇之/ 우목생연리 원근기지)’ 효성이 낳은 기적이라 했다. 范曄(범엽)이 편찬한 ‘후한서(後漢書)’에 나온다.
부부간의 지극한 사랑을 뜻하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된 것은 唐(당)나라의 대시인 白居易(백거이, 772~846)의 ‘長恨歌(장한가)’부터다. 이 시는 玄宗(현종)과 楊貴妃(양귀비)의 사랑을 읊은 120구의 장시다. 마지막 두 구절에 이 말이 나온다. ‘하늘에 있을 때는 나래 붙은 비익의 새가 되고, 땅에선 가지 붙은 연리나무 되자고 했네(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재천원작비익조 재지원위연리지), 높은 하늘 넓은 땅 다할 때가 있겠으나, 이 슬픔만은 면면히 끊일 날 없으리라(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 천장지구유시진 차한면면무절기).’
남녀가 결혼하면 백년을 함께 늙으며 같이 죽는다고 百年偕老(백년해로)라 하며 모두 이상으로 여겼다. 너무 오래 같이 사는 것이 이젠 지겨운지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각자의 삶을 사는 卒婚(졸혼)도 서슴지 않고, 가장 소중한 것이 자기 자신이란 조사가 있었다. 그래도 나이 들수록 더 소중히 여겨진다는 부부인데, 참고 사는 것만이 미덕이란 것은 옛말이 되어 가는 것인지 씁쓸하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