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지지간 指之間 - 손가락을 튕길 사이, 아주 짧은 동안
탄지지간( 指之間) - 손가락을 튕길 사이, 아주 짧은 동안
탄알 탄(弓/12) 가리킬 지(扌/6) 갈 지(丿/3) 사이 간(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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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빨리 지나간다는 비유로 쓰이는 말은 많다. 흔히 세월이 流水(유수)같다는 말은 흐르는 물같이 빠르다고 光陰似逝水(광음사서수)로 표현한다. 물이 쉼 없이 흐르지만 그렇게 빠르다는 느낌이 없을 때는 쏜살같다면서 쏜 화살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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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생활하는 사람, 행복한 나날을 영위하는 사람에겐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새 후딱 지난 세월에 깜짝 놀라는 경우에 적합한 말이다. 石火光陰(석화광음), 如鳥過目(여조과목), 烏飛兎走(오비토주) 등등 유사한 말 중에서도 莊子(장자)에 나오는 白駒過隙(백구과극)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문틈으로 보이는 흰 망아지가 빨리 지나가는 모습에 인생이나 세월의 덧없음, 무상함을 느끼니 차원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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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튕기는(彈指) 사이를 나타내는 이 성어도 아주 짧은 시간, 또는 세월이 아주 빠르다는 것을 표현한다. 탄알 彈(탄)은 쏘다, 튕기다란 뜻도 있다. 의미를 나타내는 활 弓(궁)과 수렵시대 돌 구슬을 가리켰던 홑 單(단)이 합쳐져 彈丸(탄환)이란 뜻도 지녔고 튕기다란 의미로 넓혀지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뜻보다는 佛家(불가)에서 비롯된 말로 唐(당)나라 永嘉玄覺(영가현각)이 禪(선)의 핵심을 운문으로 읊었다는 ‘證道歌(증도가)’의 구절이 당연히 뜻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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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은 이렇다. ‘손가락 튕기는 사이에 팔만 법문 원만히 이루고, 생각이 스치는 짧은 사이에 삼지겁을 없애버리도다(彈指圓成八萬門 刹那滅却三祗劫/ 탄지원성팔만문 찰나멸각삼지겁).’ 인간의 번뇌에 응하는 팔만 법문을 짧은 시간에 행하면 엄청나게 오랜 기간 三祗劫(삼지겁)도 없어져 시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해설에도 아리송하기만 하다. 祗는 공경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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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말하는 짧은 시간 彈指(탄지)가 刹那(찰나)와 함께 아주 작은 수의 단위로도 사용되어 흥미롭다. 割(할) 아래 소수점 이하의 작은 단위로 分厘毛絲(푼리모사)까지는 타율 계산 때 더러 쓰이지만 그보다 훨씬 더 작은 수로 탄지는 瞬息(순식)의 10분의 1인 10-17승을, 찰나는 탄지의 10분의 1인 10-18승을 나타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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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지가 짧은 시간을 말하건, 무사태평하거나 어떤 일에 정신이 팔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랐던 사람은 얼마나 될까. 갈수록\xa0경제사정이 나빠진다는 소식만 들려오고, 어려운 나날을 보내는 민초들을 다독여주는 정치권은 여전히 다투기만 하고, 하루하루가 힘든 사람들은 늘기만 하는 느낌이다. 하반기엔 희망이 있을까.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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