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6일 화요일

이정대화以靜待譁 - 고요히 하여 적이 시끄러워지기를 기다리다.

이정대화以靜待譁 - 고요히 하여 적이 시끄러워지기를 기다리다.

이정대화(以靜待譁) - 고요히 하여 적이 시끄러워지기를 기다리다.

써 이(人/3) 고요할 정(靑/8) 기다릴 대(彳/6) 지껄일 화(言/12)

중국의 뛰어난 병서 武經七書(무경칠서)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孫子兵法(손자병법)’이다. 책을 저술한 孫武(손무)는 기원전 6세기 春秋時代(춘추시대) 여러 나라에서 활약한 전략가다. 병서를 모르더라도 일상에 자주 쓰는 知彼知己(지피지기)가 손자에게서 나왔다고 대부분 안다. 그 뒤의 百戰不殆(백전불태)와 함께 무슨 일이든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그르치지 않는다는 뜻의 좋은 말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지만 살벌한 전쟁판에서 피할 수 없을 땐 적을 알고 싸워야 위태하지 않다는 의미였다. 아군의 태세를 고요하게 가다듬어(以靜) 적이 시끄러워지기를 기다린다(待譁)는 것도 심리전으로 물리치는 방법이 된다.

싸움이 나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니 기필코 이겨야 하고 적을 속이는 것도 불사해야 한다고 병법에선 강조한다. 바로 전쟁판에서는 속임수도 꺼리지 않는 兵不厭詐(병불염사), 속이는 계책인 詭道(궤도)가 상수가 된다.

13편이 있는 이 책의 첫 부분부터 능력이 있어도 없는 것처럼(能而示之不能/ 능이시지불능), 먼 곳을 노리면서도 적에게는 가까운 곳을 노리는 것처럼(遠而示之近/ 원이시지근) 등등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심리전의 성어가 나오는 제9편 軍爭(군쟁)편은 적보다 유리한 위치를 이용하기 위한 전략을 모은 곳이다. 여기서도 적이 예측한 방향과 정반대로 속임수를 쓰면 전쟁을 이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병사들의 사기를 다스리는 방법을 잘 알아야 강군이 될 수 있다며 예를 드는 부분에 성어가 나온다. 적이 사기가 왕성할 때를 피하고 나태해지고 쉬고 싶을 때 공격하는 것이 기를 다스리는 기본이라며 이어진다.

‘아군의 태세를 엄정하게 다스려 혼란스런 적을 상대하고(以治待亂/ 이치대란), 침착하게 가다듬어 시끄러운 적을 상대하니(以靜待譁/ 이정대화), 이것이 심리를 다루는 방법이다(此治心者也/ 차치심자야).’ 속으로 실력을 닦고 겉으로는 적에게 약한 척하여 때를 기다린다. 그러면서 피해야 할 점을 당부한다. ‘깃발 정렬된 군대를 맞지 말고 당당한 진지를 갖춘 적은 공격하지 말라(無邀正正之旗 勿擊堂堂之陣/ 무요정정지기 물격당당지진).’

생사가 걸린 전쟁판에서 정정당당해야 한다고 적의 사정을 보아주다간 어리석기 짝이 없다. 후세에 두고두고 손가락질 받는 宋襄之仁(송양지인)이 그것이다. 적이 전투할 준비가 안됐다고 기다려주며 여러 차례 유리할 때 군사를 내지 않아 결국 망했다.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이라도 상대를 꺾어야 자신이 잘 된다고 야비한 속임수를 써서는 지탄받는다. 떳떳한 방법으로 상대가 갈 길을 예측하여 이기는 것은 누구도 탓하지 못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기다리지 않고 중구난방 공격하다가 제 덫에 자주 걸리는 사람들이 명심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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