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1일 일요일

압승득길壓勝得吉 - 재앙을 없애고 해로운 기운을 제압해 눌러 길함을 얻다.

압승득길壓勝得吉 - 재앙을 없애고 해로운 기운을 제압해 눌러 길함을 얻다.

압승득길(壓勝得吉) - 재앙을 없애고 해로운 기운을 제압해 눌러 길함을 얻다.

누를 압(土/14) 이길 승(力/10) 얻을 득(彳/8) 길할 길(口/3)

\xa0

壓勝(압승)은 글자대로 경쟁하는 상대에 크게 이기는 것을 말하는데 다른 의외의 뜻이 있다. 지나치거나 모자라는 것을 누르고 채우는 裨補(비보)의 한 방법이다. 인간에 부닥치는 여러 문제들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을 때 신령의 힘을 빌거나 呪術(주술)에 의존하게 된다. 주술에 의하는 것은 글자가 비슷한 厭勝(염승)과 통한다.

\xa0

인간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강한 힘을 억누르기 위해 갖가지 符籍(부적)이나 인형을 사용한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주 옛날부터 있어 왔다. 재앙을 없애고 해로운 기운을 제압해 자신의 운이 좋고 상서로움을 꾀하는(得吉) 행위가 상대방의 숨통을 누르는 咀呪(저주)의 목적으로도 악용돼 더 의외다.

\xa0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지만 3000년도 더 이상의 姜太公(강태공)이 먼저 등장하여 흥미롭다. 周(주)나라 武王(무왕)이 殷(은)의 폭군 紂王(주왕)을 내쫓을 때 천하가 귀순했는데 丁侯(정후)만 승복하지 않았다. 무왕을 돕던 강태공이 정후의 상을 그린 뒤 화살을 쏘자 병이 났고 그것을 뽑으니 나아 복속했다는 내용이다.

\xa0

新(신)을 세웠던 王莽(왕망)은 구리 다섯 섬으로 만든 威斗(위두)를 염승으로 썼다는 ‘漢書(한서)’의 기록이 있다. 서양에선 중미 카리브해의 나라 아이티(Haïti)에서 서아프리카 토착 신앙이 변형된 부두(Voodoo)가 대표한다. 누더기로 대충 꿰매 만든 조잡한 인형을 바늘로 찔러 저주 대상을 괴롭히고, 주술에 의해 움직이는 시체 좀비(Zombie)도 부두교 전설에서 나왔다고 한다.

\xa0

우리나라도 염승의 역사가 다양하고 깊다. 전통 건물의 용마루 양쪽 끝머리 장식 기와인 鴟尾(치미, 鴟는 올빼미 치)는 화재 방지를 위한 것이었다. 宋(송)나라 徐兢(서긍)이 사신으로 왔을 때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高麗圖經(고려도경)’에는 당시 사람들의 압승 의식을 소개한다.

\xa0

가족사이라도 병이 들면 저주와 염승을 할 따름이라 하고, 뱃사람들이 안전을 위해 나무로 깎은 작은 배를 만들어 불경과 말린 양식을 싣고 배에 탄 사람의 성명을 써서 넣은 뒤 바다에 던졌다고 했다. 민간에선 짚으로 만든 사람 모양의 제웅은 안에 돈이나 쌀을 넣어 길가에 버림으로써 액막이를 하거나 병을 낫게 한다고 믿었다.

\xa0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에 하늘이나 민간신앙에 의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이기적으로 행해진 범죄도 많았다. 특히 조선의 궁중에서는 임금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비빈 궁녀들의 염승 암투가 사극의 단골소재가 됐다.

\xa0

한 예로 成宗(성종)의 계비 尹氏(윤씨)는 다른 비빈들이 염승한다고 모함하다 되레 폐비가 됐고 처절한 甲子士禍(갑자사화)의 원인이 됐다. 乾坤一擲(건곤일척)의 일전에서 상대방을 정당한 방법으로 이겨 압승하면 두고두고 기림을 받는다. 온갖 승부조작을 하고 나쁜 모략을 써서 이긴다면 아무리 압승을 해도 언제든지 드러나 영원히 지탄을 받는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