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루과문孤陋寡聞 - 홀로 배워 학문이 얕고 견문이 좁다.
고루과문(孤陋寡聞) - 홀로 배워 학문이 얕고 견문이 좁다.
외로울 고(子/5) 더러울 루(阝/6) 적을 과(宀/11) 들을 문(耳/8)
낡은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자기주장만 옳다고 하는 壅固執(옹고집, 壅은 막을 옹)을 固陋(고루)하다고 한다. 혼동하기 쉬운 孤陋(고루)는 보고 배운 것이 적어 속이 좁다는 뜻인데 마음가짐이나 하는 짓이 융통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들은풍월도 적은 寡聞(과문)이 겹치면 더욱 답답할 텐데 다만 남에게 억지를 부려 피해는 주지 않으니 낫다고 할까.
배움이 적어 무식한 것은 흠이 아니다. 모르면서도 꽉 막힌 채 자기만 옳다고 하면 허물이 된다. 학문이 얕고 견문이 좁다는 뜻의 이 성어가 유교 五經(오경)의 하나인 ‘禮記(예기)’에서 배우고 가르칠 때 주의할 점을 이야기하면서 등장하니 역사가 오래다.
學記(학기)편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세세하게 설명한다. 잘못이 있기 전에 미리 교육하고, 배우는 시기에 맞게 가르치고, 또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넘지 않게 하며, 서로 착한 길로 이끌게 해야 한다며 이어진다.
‘홀로 배워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으면, 독단적이고 편협하게 되며 견문이 적게 된다(獨學而無友 則孤陋而寡聞/ 독학이무우 즉고루이과문).’ 여기에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지나치게 놀기만 하는 벗과 어울리면 스승의 뜻을 거스르고, 향락에 빠져 학문을 못하게 된다(燕朋逆其師 燕辟廢其學/ 연붕역기사 연벽폐기학).’ 제비 燕(연)은 잔치, 즐긴다는 뜻도 있다.
학식이 천박하여 쓸모가 없고 보고 들은 것이 좁아 배울 것이 없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이 말이 똑 같이 ‘千字文(천자문)’에도 나온다. 모두 1000자의 한자를 처음 배우는 입문서로 여기지만 단순 학습서를 넘어 우주와 자연의 섭리, 역사와 인간의 도리 등을 함축하여 수준이 높다. 매 4자로 만든 250句(구)에 2구씩 125聯(련)으로 된 명시이기도 한데 마지막 앞의 124련에 나온다.
‘깊이 없이 홀로 배워 깨우치는 바가 적으면, 어리석고 몽매한 자와 똑같이 책망을 듣는다(孤陋寡聞 愚蒙等誚/ 고루과문 우몽등초)’고 했다. 誚는 꾸짖을 초. 천자문을 지은 중국 南朝(남조) 梁(양)나라의 周興嗣(주흥사)가 白首(백수)가 되도록 심혈을 기울이고선 식견이 좁다고 꾸짖지 않을지 두려워한다고 겸손해했다.
홀로 학문을 닦아 일가를 이룬 사람도 많은데 이들 모두가 학식이 쓸모가 얕고 어리석다고 한 것은 물론 아니다. 직접 가르침을 받지는 않았으나 마음속으로 훌륭한 스승을 본받아서 도나 학문을 닦은 私淑(사숙)한 위인도 많다.
다만 혼자 공부하여 대가인척 우쭐대고, 같은 방면의 연구자와 교류를 않는다면 우물 안 개구리와 다를 바 없다. 더군다나 얕은 지식과 견문을 가진 사람들이 남을 이끄는 자리에 오르게 되면 모두를 뒷걸음질 치게 만든다. 넓게 보고 다른 사람의 지혜를 잘 받아들여야 우러름을 받는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