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0일 일요일

◇ 비목어와 착한 임금님 문재인

◇ 비목어와 착한 임금님 문재인

◇ 비목어와 착한 임금님 문재인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시인 류시화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比目)을 소환해 사랑을 노래했다. 비목은 중국 당나라 시인 노조린(盧照隣)이 쓴 『장안고의(長安古意)』에 등장하는 전설의 물고기다. 노조린은 “비목과 원앙은 정말 부러워할 만하다(比目鴛鴦眞可羨)”며 사랑을 읊었다.

외눈박이는 아니지만, 눈이 나란히 붙은 비목어(比目魚)는 현실에 존재한다. 이 무렵 겨울철 횟감으로 인기인 광어(廣魚) 혹은 넙치가 대표적이다. 봄이 제철인 도다리도 비목어로 분류된다. 낚시꾼은 헛갈리는 두 물고기를 ‘좌광우도’로 구분한다. 광어는 왼쪽으로 눈이 쏠리는데, 도다리는 그 반대다.

비목어가 눈이 쏠린 상태로 태어나는 건 아니다. 알에서 막 깨어난 치어 상태의 비목어는 눈 쏠림 현상이 없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넙치는 수정란 시기나 부화 후 20일까지 다른 물고기와 겉모습이 다르지 않다.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눈을 두고 있다. 몸의 형태가 바뀌는 변태 과정이 관찰되는 건 부화 후 20~25일 사이다. 이때부터 몸이 점점 납작해지고 오른쪽 눈이 서서히 왼쪽으로 이동한다.

부화 후 30~40일 무렵에는 눈이 완전히 한쪽으로 돌아간다. 물속에서 헤엄치며 플랑크톤을 잡아먹는 유영생활에서 해저 밑바닥에 엎드려 살아가는 저서생활로 바뀌면서 눈이 나란히 모인다. 모래나 펄 바닥에 몸을 숨기고 양쪽 눈을 모래 밖으로 노출해 먹이를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문학 속 비목어는 사랑을 상징하지만, 현실에선 정반대다. 단방향인 비목어의 시선은 큰 약점이다. 세상은 네 편과 내 편 딱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없다. 그럼에도 비목어의 시선에 매혹되는 건 단순명쾌함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을 향한 시선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값 폭등을 포함해 각종 사회 갈등이 반복되고 있지만 대통령은 바닥에 엎드려 지지율만 살피고 있다. “우리 대통령은 착한 임금님(홍세화 장발장은행장)”이란 비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임사는 펄 바닥 어디에 묻어버린 걸까.

-중앙일보-

◇ 비목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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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떨어지려고 하지 않고 늘 함께 다니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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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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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목동행(比目同行)은 횟감으로 잘 알려진 넙치의 눈에서 유래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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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동물,심지어 같은 물고기 중에서도 넙치나 가자미처럼 눈이 한 쪽에 나란히 몰려 있는 것은 없다.

좌우 대칭으로 붙어있는 눈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자연스럽게 보이는 탓인지 옆으로 납작한 몸에 두개의 눈이 머리 한 쪽으로 붙어있는 넙치와 가자미의 생김새는 참으로 희한한 모습이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이런 넙치를 엉뚱하게도 신비한 영물로 생각했다.

국가문화의 관심이 내륙에 집중돼 바다 생물을 관찰할 기회가 별로 없는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있는 넙치와 가자미가 마치 눈이 하나밖에 없는 물고기로 널리 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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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중국 전설에는 동쪽 바다에 사는 비목어(比目魚)는 눈이 한 쪽에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두 마리가 좌우로 달라붙어야 비로소 제대로 헤엄을 칠 수 있다며 상상의 물고기 비목어(比目魚)를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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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온 말이 비목동행(比目同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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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목어(比目魚) 두 마리가 서로 떨어지지 않고 늘 같이 붙어다닌다는 의미다.

덕분에 둘이 합쳐야 비로소 완전한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비목어(比目魚)는 연인들의 사랑을 이야기할 때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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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류시화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고 했고 어느 노래에서는 홀로 있을 수 없기에 슬프지만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어 아름답다며 비목어를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을 노래하는 소재로 활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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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밑바닥에서 사는 넙치는 또 납작한 모양새 때문에 몹시 두들겨 맞았을 때 넙치가 되도록 맞았다는 말로 쓰인다. 또 생긴 모양이 신통하지 못해도 제 구실은 똑똑히 한다는 뜻으로 넙치는 눈이 작아도 먹을 것은 잘 본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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